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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12열부터 기어 나간 장애인 승객…에어캐나다 ‘논란의 기내 서비스’

등록 2023-10-31 17:17수정 2023-10-31 21:20

승무원들, 다음 비행 있다며 “얼른 나가라” 재촉
에어캐나다. AFP 연합뉴스
에어캐나다. AFP 연합뉴스

한 캐나다 국적 항공사가 뇌성마비로 다리를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 승객에게 기내용 휠체어를 제공하지 않아 승객이 비행기 출입구까지 기어간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사는 로드니 하진스(49)가 지난 8월 말께 결혼 1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를 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사는 로드니 하진스(49)는 지난 8월 말께 결혼 1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에어캐나다 항공편을 탔다가 항공사에서 기내용 휠체어를 제공하지 않아 비행기 출입구까지 기어갔다. 로드니 하진스 아내 페이스북 갈무리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사는 로드니 하진스(49)는 지난 8월 말께 결혼 1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부인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행 에어캐나다 항공편을 탔다가 항공사에서 기내용 휠체어를 제공하지 않아 비행기 출입구까지 기어갔다. 로드니 하진스 아내 페이스북 갈무리

당시 하진스는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출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도착하는 에어캐나다 항공편에 탑승했다. 경련성 뇌성마비가 있는 그는 다리를 움직이지 못해 평소 전동 휠체어를 이용한다.

통상 비행기 안에서는 복도가 좁아 전동 휠체어가 지나다닐 수 없어 먼저 승객들이 내린 뒤 항공사가 제공하는 폭이 좁은 기내용 휠체어를 이용해 비행기 출입구까지 이동한다. 캐나다 교통국의 ‘장애인을 위한 접근 가능한 교통수단 규정’을 보면, 항공사는 장애인 승객이 요청하면 출발 전과 도착 후 이동 보조 기구와 좌석 사이에서 승객이 이동할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1년에 한두차례씩 여행을 다닌 부부 역시 이런 절차에 익숙했다.

그러나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도착하자 에어캐나다 승무원들은 하진스에게 “비행기 앞까지 혼자 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부는 승무원들이 농담을 건넨 줄 알고 웃었다. 그러나 그가 걸을 수 없다고 거듭 말해도 승무원들은 “다음 비행이 있다”며 부부를 재촉했다.

결국 12열에 앉아 있던 하진스는 바닥으로 내려가 상체 힘을 이용해 비행기 출입구까지 기어갔다. 부인도 뒤따라 기어가며 그의 다리와 발을 앞으로 밀었다. 부부는 가까스로 비행기 출입구에 있던 그의 전동 휠체어에 도착할 수 있었다.

항공사 직원 10여명은 부부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다만 하진스가 비행기에 탑승할 당시 전동 휠체어에서 내려 좌석까지 이동한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진스의 부인은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어떤 사람들은 외면했고 어떤 사람들은 수치스럽게 쳐다봤다”며 “그를 비행기에서 내리게 하는 일은 고통스러웠다. 그는 다리를 다쳤고, 나는 허리를 다쳤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정적으로 크게 다쳤다”고 적었다.

부인은 “에어캐나다는 그의 인권을 짓밟았다”며 “그는 지구 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고 이런 일을 당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에어캐나다는 해당 사실을 인정하고 성명을 내어 “에어캐나다는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휠체어 보조 전문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며 “어떻게 이런 심각한 서비스 오류가 발생했는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캐나다는 부부에게 2000캐나다달러(약 195만원)에 상당하는 항공권 바우처를 제안했다. 그러나 부부는 이를 받지 않았다.

하진스는 “보상이 장애인 승객에게 불편을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른 사람이 다시는 나 같은 경험을 하지 않게 변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캐나다 매체 시비시(CBC)는 27일 캐나다 교통국이 에어캐나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캐나다 교통국은 성명을 내어 “항공사는 규정에 명시된 의무를 준수해야 하며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행정적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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