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상푸 전 중국 국방부장(장관) 겸 국무위원. AFP 연합뉴스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의 24일 해임으로 ‘시진핑 3기’ 출범을 통해 임명된 중국 군사·외교 분야의 최고위급 간부 2명이 낙마가 확정됐다. 이를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도력에 흠집이 가게 됐지만, 미-중 간 군사 분야 대화엔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리 전 부장은 지난 8월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 포럼 이후 두달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일찍부터 해임이 예상돼 왔다. 중국 외교부와 국내 언론들은 침묵해 왔지만, 해외 언론을 통해 리 전 부장이 군내 방산 비리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그 때문에 중국 안팎에선 20일 시작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제6차 회의에서 해임 결정이 나올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이 예측대로 리 전 부장은 24일 국방부장직과 국무위원직에서 전격 해임됐다. 앞선 7월 외교부장(장관)직에서 해임됐던 친강 전 부장도 이날 그동안 유지해 왔던 국무위원직에서 해임됐다. 중국 당국은 해임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리 전 부장은 군수 비리, 친 전 부장은 혼외 관계 등의 이유로 해임된 것으로 보인다.
이 결정으로 중국 국무원의 국무위원 5명 가운데 왕샤오훙(공안부장), 우정룽(국무원 비서장), 선이친(전 구이저우성 당서기) 등 셋만 남게 됐다. 중국 국무원 최고 지도부는 총리 1명, 부총리 4명, 국무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핵심 지도부 가운데 두 자리가 비게 된 것이다.
이번 사태는 국가의 핵심 분야라 할 수 있는 군사·외교 분야 책임자의 낙마라는 점뿐만 아니라, 시 주석이 당의 오랜 관례를 깨고 3연임을 밀어붙인 뒤 지명한 인사가 실패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쓴다.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세번째 5년 임기를 확정한 뒤 당과 국무원의 주요 자리를 측근들로 채웠다. 시 주석 ‘1인 체제’가 공고화된 것인데, 그로 인해 이번 인사 실패의 책임 역시 시 주석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일각에선 시 주석이 3기 체제 인사의 핵심 요소로 ‘충성심’을 보면서, 능력·도덕성 등을 간과했다는 비판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리 전 부장의 해임이 미-중 관계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1년 넘게 중단되어 온 군사 대화를 재개하자고 요청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해 미국이 리 전 부장에게 부과하고 있는 제재를 해제해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리 전 부장은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2018년 러시아 군사 장비를 불법 구매했다는 등의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블룸버그 통신은 “리 부장의 면직으로 1년 이상 중단됐던 미-중 고위급 군사회담이 재개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당장 29~31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이 주도하는 군사 대화인 ‘샹산 포럼’에 미국 대표단이 참석한다. 또 다음달 중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리 전 부장의 해임으로 양국 대화를 가로막던 껄끄러운 가시 하나가 제거된 셈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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