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16일(현지시각) 밤 벨기에와 스웨덴의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열리던 벨기에 브뤼셀에서 괴한이 총을 난사해 스웨덴인 2명이 숨지고 한명이 다쳤다. 사건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이슬람국가’(IS)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이 소셜미디어에 영상을 올려, 자신이 스웨덴인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벨기에 대테러 센터는 이날 밤 7시께 벨기에와 스웨덴의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전이 벌어지던 ‘보두앵 국왕 경기장’에서 5㎞ 떨어진 도심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총격 사건 당시 축구 경기장에는 3만5천여명의 관중이 있었고, 축구 경기는 전반전을 치른 이후 중단됐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전했다. 사건 직후 벨기에 당국은 테러 경보를 최고 단계 바로 아래 단계까지 높였다.

현지 신문이 누리집을 통해 공개한 영상을 보면, 스쿠터를 탄 남성이 교차로에서 2발의 총을 쏘고 잠시 뒤 다시 3발을 발사했다. 이어 한 건물 쪽으로 접근해 2발의 총을 더 발사했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도망치면서 다시 총을 한발 더 쐈다. 벨기에 경찰은 이 남성 검거를 위한 수색에 나섰다.

벨기에 언론들은 총에 맞아 숨진 스웨덴인들이 스웨덴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고 전했다. 벨기에 검찰은 부상을 당한 이는 택시 운전기사이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총격 이후 소셜미디어에는 이 사건이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남성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남성은 “내 이름은 압데살렘 알 길라니이며 알라(이슬람교의 신)의 전사다. ‘이슬람국가’에서 왔다. 나는 지금까지 스웨덴인 3명을 살해했다”고 말했다.

벨기에 검찰 대변인은 “피해자들의 국적이 스웨덴이라는 점이 범행의 유력한 동기로 떠오르고 있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최근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는 지난 6월 이후 이슬람 경전인 쿠란(코란)을 불태우는 반 이슬람 시위가 잇따라 벌어져, 이슬람 국가들의 분노를 샀다.

총격 사건 이후 프랑스 정부는 자국과 벨기에 국경 사이 검문을 강화했다. 프랑스는 지난 13일 북부 지역에서 이슬람교도가 교사 한명을 살해한 사건 이후 테러 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리는 한편 7천명의 인력을 추가로 거리 검문검색에 투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