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5일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자국 국회에서 가을 회기가 열린 뒤 공개 발언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할 시급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화 연합뉴스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아직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유일한 회원국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은 시급하지 않다”고 말했다.
25일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오르반 총리는 이날 국회 개회 연설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비준할 수밖에 없는 시급한 사안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 사안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스웨덴 안보에 위협은 없다”고 말했다. 그와 함께 최근 논란이 된 스웨덴 학교의 교육 자료 영상을 문제 삼으며 “국제적 문제로 격화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르반 총리가 언급한 스웨덴 영상은 2019년 제작된 것으로, 헝가리를 유럽연합(EU)에서 민주주의가 침식되고 있는 나라로 묘사하고 있다. 페테르 지자르토 헝가리 외교장관은 이달 중순 스웨덴에 서한을 보내 “심각한 비난과 가짜 정보들이 스웨덴 학교의 학생들에게 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불안으로 느낀 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는 오랜 중립 정책을 포기하고 그해 5월 나토에 가입을 신청했다. 1년 여의 논쟁 끝에 핀란드는 지난 4월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됐다.
이에 견줘 스웨덴은 튀르키예·헝가리의 동의가 늦어지며 가입이 미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튀르키예는 지난 7월 자국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스웨덴이 돕는다는 조건으로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헝가리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나토에 가입하려면 기존 회원국들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해 스웨덴은 반드시 헝가리의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
한편, 오르반 총리는 이날 “국제 이슈와 관련된 어떤 사안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사는 헝가리인들이 자신의 언어를 사용할 권리를 되찾을 때까지 이 입장을 고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트랜스카르파티아에는 약 15만명의 헝가리인들이 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7년 통합 정책에 따라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어로만 중등 교육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오르반 총리는 “그들(우크라 정부)은 헝가리인들의 학교를 우크라이나인들의 학교로 바꾸고 싶어한다”며 헝가리인들의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오르반 총리의 이 발언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13일 우크라이나를 포함하는 유럽연합 확대 비전을 발표한 뒤 나온 것이다. 유럽연합 27개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입 협상을 개시할지 12월 결정해야 한다. 우파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거부해왔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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