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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뉴욕 어린이집 한살 아기 마약 노출 사망…“미국 위기 보여줘”

등록 2023-09-17 15:23수정 2023-09-17 15:35

8개월~2살 의식 잃고 하원한 1명 무기력증
구급대 출동해 해독제 투여했지만 1명 사망
15일(현지시각) 영유아 4명이 마약류 물질에 노출된 증세를 보인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 abc뉴스 방송 화면 갈무리
15일(현지시각) 영유아 4명이 마약류 물질에 노출된 증세를 보인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 abc뉴스 방송 화면 갈무리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2살 이하 영유아 4명이 마약류 물질에 노출된 증세를 보여 병원에 실려 가고, 끝내 1살 남자아이가 숨졌다. 뉴욕 경찰은 아이들이 아편류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에 노출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에이비시(ABC) 뉴스 등은 뉴욕 경찰이 어린이집 사망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15일 오후 2시 45분께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서 8개월 여아, 1살 남아, 2살 남아 등 아이 3명이 의식을 잃었다는 911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마약류 중독을 의심하고 아이 3명에게 아편류 마약 응급해독제인 ‘나르칸’(성분이름 날록손)을 투여하고 즉시 병원으로 옮겼다. 2살 남아 1명은 하원하고 집으로 간 뒤 무기력 증세를 보여 어머니가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역시 오피오이드에 노출된 것으로 의심됐다.

결국 올해 11월에 2살이 되는 1살 남아 니콜라스 도미니치가 숨졌다. 나머지 3명의 아이들은 다음날 의식을 찾았지만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뉴욕 경찰은 브리핑에서 “아이들의 증상도 그렇고, 현장에서 마약상들이 약을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장비가 발견됐다”며 아이들이 마약류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16일 사건과의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1명을 붙잡아 조사했고, 도미니치의 사망원인을 정확히 밝히기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 경찰은 조사한 인물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아이들이 언제, 어떻게 오피오이드에 노출됐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15일(현지시각) 영유아 4명이 마약류 물질에 노출된 증세를 보인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해있다. abc뉴스 방송 화면 갈무리
15일(현지시각) 영유아 4명이 마약류 물질에 노출된 증세를 보인 미국 뉴욕 브롱크스의 한 어린이집에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해있다. abc뉴스 방송 화면 갈무리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을 두고 “니콜라스의 죽음은 뉴욕과 미국 전체를 괴롭히는 두 가지 위기를 보여줬다”고 짚었다. 이번 일이 지난해 미국에서 약 7만5000명이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펜타닐 등의 오피오이드 오·남용의 재앙과 저렴하고 믿을 수 있는 보육 시설을 찾는 부모들의 절박한 노력을 환기했다는 것이다.

펜타닐, 옥시코돈, 하이드로코돈 등의 상품명으로 불리는 오피오이드는 마약성 진통제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 통증 환자의 치료를 돕는데 사용된다. 그러나 이를 오·남용하며 매년 수만명이 숨져 미국 사회가 골머리를 앓아왔다. 2017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오피오이드 남용에 대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었다. ‘좀비마약’이라 불리는 펜타닐 오남용은 현재도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다.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위기는 현실이다. 펜타닐 등 오피오이드를 가진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고 밝혔다.

해당 어린이집이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어렵게 찾은 곳이라고도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도미니치의 아버지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남매 중 막내인 아이가 대기자 명단을 기다리다 어린이집을 다니게 됐다”며 “일주일 동안 있었고 이제 막 적응 중이었다”고 말했다.

어린이집은 생후 6주부터 12살까지 최대 8명까지 돌볼 수 있는 것으로 시에 등록돼있고, 일주일 전 시 당국의 불시 점검에서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건물 1층에 있는 작은 어린이집은 뉴욕 노동자 계층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부모는 양육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서비스 제공자(어린이집)도 지속 가능한 수입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도미니치의 아버지는 “집에 돌아와 문을 열었을 때 아이가 ‘아빠, 아빠’라고 말하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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