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27일부터 나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미·중간 주요 무역 현안에 대한 논의에 나선다. 중국 관영 매체는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 에이피(AP) 통신 등 보도를 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해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 등과 만나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30일까지 중국에 머무는 그는 상하이도 방문해 중국 무역 당국자 등과 대화할 예정이다.

최근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 등으로 미·중 관계가 좋지 않지만, 이번 러몬도 장관의 방중과 관련해 중국 쪽의 기대는 꽤 높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6일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 수출 제한에 대해 양국이 건설적인 결과에 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미 상무부 장관의 방중은 양국 관계가 수십년 동안에 가장 낮은 단계에 있지만, 중국과 미국이 대화에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다른 긍정적인 신호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관영 환구시보도 24일 ‘러몬도 방중, 실질적 성과도 낼 수 있다’는 사설에서 “경제·무역 관계는 오랫동안 중·미관계의 ‘밸러스트 스톤(배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싣는 돌)’이자 ‘추진기’로 여겨졌다”며 “러몬도 장관이 기회를 잡는다면 이번 방중에서 실질적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에이피 통신도 러몬도 장관 방중의 최대 목적은 양국 간 대결 조치가 한층 격렬해지지 않도록 대화와 접촉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이 대만 문제 등 외교·안보 이슈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경제 문제는 따로 분리해 협력이 필요하거나 협력 가능한 분야는 최대한 대화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러몬도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미 상무부는 지난 21일 중국 기업 및 단체 27개를 ‘잠정적 수출통제 대상’ 명단에서 제외했다. 리튬 배터리용 소재 등을 생산하는 화학기업과 센서 제조업체 등이 포함됐다. 미 상무장관 방중 엿새 전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우연이 아닌 미국의 의도된 선물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중·미 양국 기업이 정상적인 무역을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고 양쪽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