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절반으로 잘라달라고요? 그럼 2유로(약 2900원)를 주세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이탈리아 북부 코모 호숫가의 한 카페가 샌드위치를 절반으로 쪼개달라는 요청에 2유로를 청구했다는 한 손님의 사연을 보도했다. 밀라노 출신으로 추정되는 손님은 여행리뷰 사이트 트립어드바이저에 자신의 경험과 영수증을 올렸는데, 게시글에 해당 카페에 대한 비난과 낮은 평점이 쏟아졌다. 최근 이탈리아의 해변 도시 오스티아에선 전자레인지로 젖병을 데우는 데 2유로를 아이 어머니에게 청구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모두 올해 여름 휴가철 유럽의 여행객들이 식당에서 받았던 ‘황당한 요청’들이다.
22일 미국 시엔엔(CNN)과 인사이더, 영국 가디언의 보도를 보면 올여름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유럽의 관광지에서 여행객들을 당혹스럽게 하는 ‘바가지 요금’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비싼 여행지 물가로 ‘휴포족(휴가 포기족)’이 늘고 있는데, 유럽에서도 휴가를 집에서 보내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고 한다.
시엔엔은 지난 18일 “2023년 여름은 이탈리아인과 외국인 관광객 모두에게 카페와 레스토랑의 비싼 요금으로 가장 비싼 계절로 기록될 것이다”며 이탈리아의 소비자단체(Consumerism No Profit)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탈리아 관광지 바가지 요금 실태를 전했다. 이탈리아 언론은 자국의 관광지의 물가가 성수기 이전보다 130%가 증가했다며 ‘미친 영수증(crazy receipts)’이라고 부르고 있다고도 시엔엔은 전했다.
이탈리아 서부 지중해에 있는 샤르데냐섬의 한 호텔에서는 관광객에게 커피 두잔과 작은 물병 두 개에 60유로(약 8만8000원)을 청구했고, 남부 풀리아에선 선베드 2개와 파라솔 1개를 대여하는 데 주 중에는 요금이 50유로(약7만3000원)지만 주말에는 두배가 되고, 해변의 맨 앞줄에 앉으려면 150유로(약 22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이탈리아 호텔연합 관계자는 “사르데냐섬과 같은 전통적인 이탈리아 휴양지에 가려면 비싼 항공료, 호텔 가격, 식사 등으로 한 가족이 하루에 수천 유로를 지불해야 한다”고 시엔엔에 말했다.
그러나 호텔과 식당은 비싼 요금이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커피 두잔과 작은 물병 두 개에 60유로를 청구한 호텔은 “가격을 명확히 표시했다. 인근 항구 전망을 보는데 드는 요금”이라고 시엔엔에 설명했고, 샌드위치 반으로 자르는데 2유로를 청구한 업주도 현지 언론에 “한 개의 접시 대신 두 개의 접시를 사용해야 했고, 접시를 씻는 데 시간이 두 배로 늘어났다. 빵 자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고 한다.
2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트레비 분수를 찾은 관광객. AFP 연합뉴스
시엔엔은 이탈리아가 알바니아나 몬테네그로 등 지중해의 다른 관광지 물가보다 240%나 비싸 이탈리아인들은 여름 휴가를 인근 국가로 가거나 집에서 보낸다고 전했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올해 알바니아에서 짧은 휴가를 보냈다. 소비자단체는 “비싼 물가가 이탈리아 사람들의 휴가 문화를 크게 바꾸어 놓았다”고 했다.
그리스에서도 휴양지 해변의 비싼 물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가디언은 지난 20일 그리스 파로스섬의 호텔과 식당이 파라솔과 선베드 이용료로 120유로(약17만5000원)을 받자 주민들이 ‘파로스 해변을 구하자’는 이름의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긴 여름 휴가를 즐기는 프랑스에서도 치솟는 물가 때문에 휴가를 고민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코로나19를 거친 뒤 돌아온 여름휴가를 잘 보내려 하는 사람들의 열망은 꺾이지 않는다. 시엔엔은 로마의 나보나 광장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이 “코로나 이전에 이 여행을 계획했고 비싼 가격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여행을 꿈꿔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