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에서 산악 비행 중 비행기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산. 신화 연합뉴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지역에서 지구 온난화로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비비시(BBC)는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미시간대 등에 소속된 연구진이 지난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지난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연구진은 히말라야를 비롯한 전 세계 산악 지역의 강우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지역은 과거 비보다 눈이 내리던 지역들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북반구에서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구 온난화로 고도가 높은 지역의 강우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몇가지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해발 8848.86m의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인도, 부탄, 네팔, 파키스탄에 걸친 히말라야 산맥에는 기상관측소가 거의 없어 강수량(강우량과 강설량을 합친 것)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쉽지 않다. 다만 에베레스트 산 베이스캠프에 설치된 기상관측소에서 지난 6월부터 이번달 10일까지 기록한 강수량 245.5㎜ 가운데 강우량은 75%에 이른다. 나머지는 비와 눈이 섞이거나 눈이 내렸다.
이는 지난해 강우량에 견줘도 상당한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6∼9월 기록된 강수량에서 강우량은 32%에 불과했다. 2020년과 2021년에 같은 기간에도 강우량은 각각 41%, 43%에 그쳤다.
히말라야 산맥을 맞댄 인도 북부 지역 우타라칸드주 기상청장 비크람 싱은 비비시에 “우타라칸드주 산간 지역에서는 강설 빈도가 확실히 감소했다”며 “고도가 낮을수록 몬순(우기) 때에는 폭우도 많이 내린다”고 말했다. 인도 쿠마운대 지리학과장을 지낸 제이에스 라왓 교수도 비비시에 “폭우가 잦아지면서 갑작스러운 홍수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제 빙하가 녹은 물이 아닌 빗물이 강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히말라야 지역에서 몬순 기간 폭우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해 12명 이상이 사망하고 많은 사람이 갇혔다. AP 연합뉴스
연구진은 기온이 오르면서 비가 더 많이 내릴 뿐만 아니라 빗물이 토양에 계속 스며들어 산사태, 낙석, 홍수 등의 피해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앞서 2019년 유엔 산하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특별 보고서도 고도가 낮은 산악 지역에서 기온이 높아지며 강설량이 부분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보고서의 저자 가운데 한명인 사뮤엘 모린 프랑스 국립기상연구센터 전무이사는 “고도가 높은 산악 지역에서도 사계절 내내 비가 내리는 등 이상 강수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이는 주로 비가 눈으로 바뀌는 지점인 ‘0도 등온선’이 지구 온난화로 점점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등온선은 일기도에서 온도가 같은 지점을 연결해 이은 선이다.
히말라야 산간 지역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전 세계 평균보다 3배나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지역 강우량은 더 증가할 전망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고지대가 미래의 극심한 강우 위험에 취약한 ‘핫 스팟’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런 잠재적인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강력한 기후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