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북부 라프샤겐의 태양력 발전 시설 뒤로 풍력 발전기가 돌고 있다. 라프샤겐/AP 연합뉴스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고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성장을 추진한다는 ‘지속가능 개발’ 측면에서 세계가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고 유엔 관련 조직이 경고했다.
유엔이 출범한 비정부 조직인 ‘지속가능 개발 해법 네트워크’는 21일 공개한 ‘지속가능 개발 보고서 2023’에서 지난 2015년 유엔이 향후 15년 동안 이룰 세계의 공동 목표로 설정한 17개 목표가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속가능 개발 목표 이행이 지연되면서 17개 목표 가운데 단 하나도 목표 일정을 맞추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보고서 작성을 이끈 이 조직의 기욤 라포르튀네 부대표는 “지속가능 개발의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며 “부유한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지속가능 개발 격차가 2015년에 비해 2030년에 더 커질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부국과 빈국의 지속가능 개발 지수 격차가 2015년 27.5%포인트 정도였는데, 2030년에는 29%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예측했던 격차(25%포인트)보다 4%포인트나 커졌다.
유엔은 2015년 빈곤과 질병, 성차별 같은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들과 지구 환경 문제,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17개 목표를 설정하고 201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을 퇴치하고 교육과 보건을 개선하도록 돕는 한편 지구 환경 보존을 위해 세계가 협력하면서 성장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이 가운데 특히 이행이 뒤처진 목표로 굶주림 해소, 생물다양성 보호 등을 꼽았다. 17개 목표 가운데 지난 한해 동안 일정한 진전이 이뤄진 목표는 건강과 복지, 성평등, 물과 위생, 깨끗하고 저렴한 에너지, 혁신과 기반시설 구축,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등 6개 목표뿐이었다. 빈곤 퇴치 등 나머지 11개 목표는 정체 상태로 평가됐다.
보고서는 “지속가능 개발 목표의 핵심은 투자”라며 “유엔 회원국들이 기속가능 개발 목표 촉진책을 채택하고 이행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포르튀네 부대표는 22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새로운 글로벌 금융 협약을 위한 정상회의’가 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의에서는 개도국의 기후 변화 대응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 금융 체계 개혁 방안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라포르튀네 부대표는 지속가능 개발 지수가 세계 166개국 가운데 39위에 그친 미국의 상황이 특히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약속한 바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대표적인 나라이며 국제 사회에 행동 계획과 우선순위를 제시하지 않은 5개 나라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정학적 균열과 많은 위기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장기적인 전망과 다자주의의 이상, 전세계적 협력이 유지되도록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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