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이 폭발하면서 불꽃이 튀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주춤한 사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전국 곳곳에 공습을 펼치며 역공에 나섰다. 우크라이나군은 대부분의 공습을 막아냈으나 전선과 많이 떨어진 서부 르비우 등 일부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20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이 동부와 남부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수도 키이우와 폴란드 국경 인근 도시 르비우의 기반 시설을 노린 공격을 벌였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시아군은 한밤중 3~4시간 동안 수도 키이우에 집중적인 드론 공격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이날 공격에 동원된 드론 35기 가운데 32기를 격추했으나, 일부는 르비우까지 도달했다고 밝혔다. 유리 이나트 공군 대변인은 르비우까지 보호할 만큼 광범한 방공망을 갖추지 못해 이 지역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방공망은 키이우 등 주요 도시와 원자력발전소 등 핵심 시설, 주요 전투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막심 코지츠키 르비우주 주지사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보호할 방공망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며 르비우의 ‘아주 중요한 시설’이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시설이 공격을 당했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드론 파편이 키이우 지역의 전력선을 손상시켰고, 남부 흑해 연안의 미콜라이우주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정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미콜라이우주는 남부 전선의 주요 전투 지역인 헤르손주와 맞닿아 있는 지역이다.
러시아군은 남부 주요 전투지역인 자포리자주의 자포리자시에도 7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자포리자주는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작전이 이뤄지는 곳이다. 러시아군은 반격에 맞서기 위해 헤르손에 주둔하던 병력을 이 지역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자포리자주 남부 멜리토폴의 이반 페도로우 시장은 러시아군이 헤르손주의 노바카호우카와 카호우카에서 멜리토폴을 거쳐 자포리자주 전선으로 병력을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노바카호우카 지역은 지난 6일 무너져 내린 카호우카댐이 있는 곳이며, 댐 붕괴에 따른 홍수로 전투가 상대적으로 뜸해졌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자국군의 남부 지역 반격 작전은 “점차로 조금씩이지만 아주 자신 있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 지역에 대규모로 지뢰를 설치해 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정보총국의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 냉각용 물을 보관하는 저수지에까지 지뢰를 매설했다고 말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가 통제하고 있으며, 주변에서 전투가 계속 이어진 데 이어 인근의 카호우카댐까지 붕괴되면서 어느 때보다 위태로운 상태에 처해 있다.
한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이 미국과 영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크림반도를 공격할 거라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공격이 벌어지면 우크라이나 정부의 ‘의사결정 중심 시설’을 즉각 보복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특별 군사작전’ 지역 밖에 이런 미사일을 사용하는 건 미국과 영국이 분쟁에 완전히 끌려 들어가는 걸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그가 말한 ‘특별 군사작전’은 지난해 2월 말 시작된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뜻한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3월 강제로 병합한 이후부터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지역이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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