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방문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오른쪽)이 행사에 참석해 있다. EPA 연합뉴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어 처지가 비슷한 중미 베네수엘라·니카라과·쿠바를 순방 중이다.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들끼리 새로운 협력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순방의 목표라고 밝혔다.
13일 이란 <테헤란 타임즈>에 따르면,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국방·외교·석유부 장관 등과 함께 지난 12일 베네수엘라를 시작으로 5일 간의 중미 순방을 시작했다. 이란 정부는 “대통령의 남미 순방 목적지로 세 국가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다극 시대로의 전환기에 세 국가의 이름은 미국 패권에 반대하는 정부 목록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순방 외교는 이례적이다.
이란 석유부 산하 <사나> 통신은 이란 석유부 장관과 베네수엘라 석유부 장관이 카라카스에서 석유 부문 협력에 관한 다수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두 나라는 현재 30억 달러에 달하는 교역 규모를 200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이란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해 베네수엘라 원유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이날 저녁 라이시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협력 문서 19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은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공통의 적과 공통의 이해관계 그리고 공통의 관점을 갖고 있다”면서 “우린 평범한 외교 관계가 아니며, 깊고 전략적인 관계”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석유 자원 개발 및 국방 협력을 강화하는 20년 계획을 체결했다. 이 계획에는 원유 매장량은 세계 최대 규모이지만 채굴 및 정유 시설 부족으로 이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란이 인프라를 지어주는 내용이 포함됐다. 1년 전 이란을 방문했던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으며 함께라면 천하무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나라 원유 매장량을 합치면 전 세계 매장량의 40%에 달한다고 통신은 밝혔다.
13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를 방문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왼쪽)이 베네수엘라 국회에 방문해 국회의장(오른쪽)과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중미를 순방 중인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3일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의 국제 공항에 도착해 니카라과 외무장관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튿날인 13일 라이시 대통령은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에 도착했다. 니카라과 또한 2018년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이 반정부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하며 미국과 유럽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방문하는 쿠바 역시 1960년 이후 미국의 경제 봉쇄를 당하고 있다. 최근 이란은 오랜 고립을 피하기 위해 외교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드론(무인기) 등 군수 물자를 공급하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동의 대표적 미국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지난 3월에는 7년간 단절됐던 외교 관계를 회복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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