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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바다에 ‘재난 시한폭탄’ 낡은 유조선 띄우는 러시아

등록 2023-06-11 14:23수정 2023-06-11 23:24

서방 제재 뒤 15년 이상된 유조선이 전체의 62% 담당
러시아 흑해 연안의 노보로시스크 항구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AP 연합뉴스
러시아 흑해 연안의 노보로시스크 항구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서방의 제재를 당하고 있는 러시아가 15년 이상된 낡은 유조선을 원유 수출에 대거 투입해, 기름 유출 등 환경 재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원유 수출이 유럽 대신 아시아로 집중되면서 인도양을 비롯한 세계 바다 곳곳에 ‘환경 재난의 시한폭탄’과 같은 배들이 떠도는 셈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10일(현지시각) 선박 중계 업체 브레마르의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의 우랄산 원유를 15년 이상된 유조선으로 수출하는 비중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이후 급격하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원유 업계에서는 유조선이 15년 이상되면 사용 중단을 검토하기 시작하지만, 러시아는 서방 제재 여파로 오래된 선박 의존도를 더 높이고 있는 것이다.

전쟁 전 6개월 동안에는 러시아가 수출하던 원유 가운데 15년 이상된 유조선으로 수송하던 비중이 33.6%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7월엔 40%를 넘겼고 연말 이후에는 62.6%까지 늘었다. 특히 20년 이상된 유조선을 통한 원유 수송 비중은 지난해 봄에 전체의 10%에 한참 못 미쳤으나, 최근엔 20%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서방은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통해 번 외화로 전쟁 자금을 충당하는 걸 막기 위해 원유 수입 금지 등 원유 제재를 강화해왔다. 특히, 지난해 12월부터는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팔리는 러시아 원유의 수송을 금지하고 해상 보험 등 관련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는 국적을 감춘 ‘유령 선박’을 동원한 수출을 크게 늘렸다. 이 때문에 안전 점검을 제대로 받지 않은 유조선이나 경험이 적은 선원들이 운용을 맡는 유조선들이 늘면서 기름 유출 사고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브레마르의 연구 책임자 헨리 큐라는 “이런 선박들이 국제 기준을 지키는지 말들이 많은데, 그렇지 못할 거라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유럽이 지난해 연말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 뒤 러시아가 인도·중국 등 아시아 수출 비중을 높이면서 해상 운송 거리가 더 늘어난 것도 사고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러시아가 인도와 중국에 수출한 원유는 전체 수출량(하루 830만배럴)의 절반 정도인 하루 410만배럴에 이른다.

세계 최대 해상보험회사 가르의 롤프 토레 로페스타 최고경영자는 “(충분한 책임 보험이 없다면) 기름 유출 사고에 대응하도록 도울 이가 아무도 없게 된다”며 “이는 사회·환경적 재난이 나타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경고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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