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각)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앙카라/UPI 연합뉴스
튀르키예는 지난달 28일 제13대 대통령 선출을 위한 결선 투표를 치렀다. 정의개발당(AKP) 후보로 나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2783만표, 52%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에르도안이 13대 대통령 선거일로 ‘5월14일’을 선택한 것은 이날이 1950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정의개발당의 전신)이 27년간 튀르키예를 통치해온 공화인민당(CHP)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날이기 때문이다. 결선 투표가 열린 ‘5월28일’은 1960년 5월27일 튀르키예에서 첫 쿠데타가 발생해 민주당이 전복되고 아드난 멘데레스 총리가 실각한 날짜와 가깝다. 민주당을 이념적 기반으로 여기는 정의개발당은 공화인민당과 63년 만의 재대결에서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에르도안은 선거 뒤 승리를 선언하며 오스만 제국이 비잔틴 제국의 콘스탄티노플(현재 이스탄불)을 함락했던 1453년 5월29일을 언급하며 “새로운 지평을 여는 ‘튀르키예 세기’의 승리”라고도 말했다. 튀르키예가 건국 100주년을 맞는 올해 한 시대를 마감하고 새 시대를 여는 승리를 했다는 의미다.
에르도안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튀르키예 공화국의 두번째 세기, 즉 ‘튀르키예의 세기’를 언급했다. 13대 대통령으로서 튀르키예의 2번째 100년을 이끄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는 당선 직후 발코니 연설을 통해 튀르키예가 선진 에너지 중심국이자 국가적인 무기를 생산하고 기술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튀르키예의 리라화는 선거 이후 미국 달러 대비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정의개발당은 선거 과정에서도 △조기 연금 수령 △가정용 천연가스 무료 제공 △공공부문 노동자 급여 45% 인상 등 재정 확대 정책을 끊임없이 발표했다. 이제 선거가 끝났고 경제는 재정 확대의 끝에서 고통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에르도안은 “신뢰와 안정, 이 두 개념이 중요하다. 우리는 이를 바탕으로 강력히 경제를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안정을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에르도안은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특히 아랍과 러시아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에르도안이 이끈 인민연합은 민족주의와 보수주의를 내세운다. 외교·국내 정책에서 이 노선을 추구할 것이다. 특히 외교 정책에선 중·러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높다. 에르도안은 대선 승리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을 여러 번 언급했다. 러시아도 에르도안의 승리를 지지했다. 하지만 미국에 대해선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에선 에르도안이 당선되어선 안 된다는 보도가 많았다. 쉴레이만 소일루 내무장관은 선거 전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앞으로 튀르키예에서 미국 중심 정책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든 반역자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은 선거 전엔 경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서방과 충돌하지 않는 정책을 택했지만, 이제 이를 감수하는 정책을 펼 것이 분명하다. 에르도안은 승리 연설에서 “글로벌 발전으로 인해 깨진 균형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 튀르키예는 이 판에서 매우 다른 힘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튀르키예는 지역에서 좀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중앙아시아의 튀르크 국가들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아시아 뉴이니셔티브(신구상)’를 통해 아시아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튀르키예의 13대 대통령 선거는 큰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튀르키예는 에르도안과 함께 튀르키예의 이름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다.
네자티 데미르잔 튀르키예 <아이든르크 신문> 중국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