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싱가포르의 한 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AFP 사진,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화면 갈무리
한국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도입하기 위한 입법 움직임이 시작되자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한 외국에서도 동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973년 이 제도를 도입한 홍콩 언론은 한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결국 ‘임금 수준’과 ‘문화 장벽’이 제도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지난달 21일 ‘한국은 동남아시아 가사노동자를 원하지만 그들이 환영받을까?’란 제목의 기사에서 ‘저임금’을 앞세운 한국 내 논의에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외국인 노동자의 임금이 한국 정부의 예상대로 자국인보다 낮은 최저임금(시간당 9620원) 이하에서 형성될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지금은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더 저렴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 시장 수준에 맞춰 고용 비용이 조정될 것”이라며 “결국 내국인의 임금과 비슷해질 경우 외국인을 고용할 유인이 거의 없어 시범 정책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15~20년 전만 해도 한국계 중국인(조선족)들이 식당에서 서빙을 많이 했지만 임금이 한국인 근로자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올라가면서 이들의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이 제도를 시행한 싱가포르에서 외국인 가사노동자의 월급은 500~750싱가포르달러(약 50만~75만원) 정도다. 하지만 월급 외에도 식비, 휴일근로수당, 의료비 등을 지급해야 한다. 노동부 예치금(약 500만원)이나 업체 중개료(약 60만~70만원)도 있다. 결국 초기 비용과 숙식 제공을 제외하더라도 가사노동자 한 사람당 매월 현금성 비용 1000싱가포르달러(100만원) 정도가 든다.
이 신문은 나아가 “외국인 가사노동자들이 어디에 거주하게 될지 정부의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그밖에 고용주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사생활이 보장되는 숙소를 무료로 제공할 것’(홍콩), ‘별도의 방을 제공해야 하며 환기·채광·냉방시설을 갖출 것’(싱가포르)을 의무화하고 있다. 고용주가 숙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외국인 가사노동자가 높은 한국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다. 반대로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 아이를 맡길 30대 부부 가운데 별도의 방을 제공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나아가 신문은 한국의 높은 ‘문화적 균질성’ 역시 제도 안착에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홍콩·싱가포르의 경우 영어로 가사도우미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사회 전체의 수용성이 높아 외국인에 대한 저항감이 크지 않았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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