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환경 지표로 본 세계 지역별 환경 위기 상황. (짙은 색일수록 위험이 높음.) ‘지구위원회’ 논문 갈무리
지구 환경이 대기오염을 빼고 나머지 모든 측면에서 아주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자연·사회과학자들의 국제 모임인 ‘지구위원회’는 31일(현지시각) 학술지 <네이처>에 실은 ‘지구 시스템의 안전하고 정의로운 경계’라는 논문에서 ‘정의’ 개념을 반영한 지구 환경 지표 8가지의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논문은 기후, 지구의 기능적 완전성, 자연 생태계, 지표수, 지하수, 질소 오염, 인 오염, 대기 오염 등 8개 지표 가운데 대기 오염만 ‘안전하고 정의로운’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기후 지표는 정의롭지는 못하지만 아직은 안전한 수준 범위 안에 있었고, 나머지 6개 지표는 정의롭지도 안전하지도 못한 수준이었다. 논문이 제기한 ‘정의’ 개념은 지구 생태계 생물종 사이의 정의, 현 세대와 미래 세대 인류 사이의 정의, 국가 사이의 정의 등을 반영한 것이다.
지구위원회의 공동 의장인 조예타 굽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학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지구가 사람처럼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면 의사는 지금 지구가 여러 영역과 시스템 차원에서 매우 아프고 이 질병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은 지구 기온의 경우 산업화 이전보다 1℃ 높으면 심각한 추가 기후 위기에 노출되는데, 현재 상태는 이 단계를 이미 넘어선, 1.2℃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자연 생태계의 경우 전세계의 50~60%가 보존되어야 ‘안전한 수준’을 충족시킬 수 있으나 현재는 45~50%만 보존된 상태로 나타났다. 또 사람이 살고 있는 땅의 31~36%만 안전하고 정의로운 수준을 충족시키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표수와 지하수의 경우는 각각 전체의 66%와 53%만 안전하고 정의로운 상태였다.
논문의 교신 저자인 요한 록스트룀 ‘포츠담 기후영향 연구소’ 공동 소장은 “지구 시스템이 안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생물물리학적 능력의 한계 지점에 도달했다”며 “작은 변화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티핑 포인트’에 가까워지고 있으며 전세계 범위에서 생명 유지 시스템이 점점 더 영구적인 손상을 입고 있다”고 경고했다.
논문은 환경 위험이 특히 심한 지역으로 러시아를 포함한 동유럽, 인도 등 남아시아, 중동,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중국과 한국 등 동북아시아 일부, 아프리카 남동부와 남아메리카 일부 지역, 미국 서부 해안 지역 등을 꼽았다. 논문은 “이들 지역은 인구밀도가 특히 높아서, 세대간 정의 관점에서 특히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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