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플로리다에서 당신의 목숨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미국의 인권단체들이 잇따라 미국 플로리다에 ‘여행 경보’를 발동했다. 최근 플로리다가 유색인종과 성소수자에 적대적인 입법을 잇달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이유다.
지난 22일 미국 <시엔엔>(CNN)은 미국의 대표적인 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를 비롯해 성소수자 인권단체 ‘평등플로리다’(EF)와 남미계 인권단체 ‘라틴아메리카시민연맹’(LULAC) 등이 미국 플로리다에 여행경보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플로리다가 일종의 ‘인권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셈이다.
지난 20일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가 발표한 성명을 보면 “플로리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유색인종, 성소수자에 노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플로리다를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플로리다가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다른 유색인종 공동체가 해 온 기여와 이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평가절하하고 무시한다는 점을 주지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AP 연합뉴스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유색인종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줄곧 차별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플로리다는 정부 허가 없이도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고등학교에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에 대해 수업하는 것을 금지한 바 있다. 지난 1월엔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역사에 대한 심화 수업을 “교육적 가치가 현저히 부족하다”며 금지했다. 2021년에는 공립학교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비판적 인종 이론이 아이들에게 “이 나라는 썩었다고 가르치게 될 것”이라는 이유였다.
지난 4월21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학생들이 ‘교육 받을 권리’를 위해 학교 파업을 벌이고 시위에 나섰다. AFP 연합뉴스
미국 언론은 이번 ‘여행 경보’ 발동이 2024년 미국 대선 출마가 예상되는 디샌티스 주지사에 제동을 걸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유색인종과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보를 기반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레온 러셀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 의장은 “디샌티스 주지사는 ‘다양성과 포용의 원칙’과 노골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누군가의 정치적 위상을 위해 우리의 권리와 역사가 인질 잡히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샤인 스테이트’로 불리는 플로리다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관광지다. 플로리다에서만 160만명이 관광업에 몸담고 있으며, 지난해에만 1억375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플로리다를 방문했다. 2019년 기준 관광객들이 플로리다에서 쓰는 돈은 한 해에 988억 달러(약 130조원)에 이른다.
플로리다의 민주당 소속 시장들은 이번 여행경보에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켄 윌치 세인트피터즈버그 시장은 트위터에서 “우리 시를 찾는 모든 사람을 언제나 존경과 존중으로 대우할 것”이라고 말했고, 제인 캐스터 탬파 시장도 “탤러해(플로리다의 주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리의 원칙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