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우주 인프라 개발업체 액시엄스페이스의 두번째 국제우주정거장(ISS) 방문 프로젝트 ‘액시엄 미션2’(AX-2)를 수행하는 사우디 과학자 라이야나 바르나위(오른쪽 둘째)와 공군 전투기 조종사 알리 카르니(맨 왼쪽)가 국제우주정거장에 22일 도착해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 나사 티브이 제공, 로이터 연합뉴스
“저는 고국에 있는 모든 사람의 희망을 대표하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전세계에서 여성의 권리를 가장 많이 제약하는 나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우주인이 탄생했다. 미국 <시엔엔>(CNN)은 22일 민간 우주 인프라 개발업체 ‘액시엄스페이스’가 주도하는 두번째 민간 우주비행 프로젝트 ‘액시엄 미션2’(AX-2)의 유인우주선 ‘크루 드래건’이 이날 오전 9시12분(미 동부 시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우주선의 결합)했다고 전했다. 이 우주선에 오른 우주인 넷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의 줄기세포 연구원 라이야나 바르나위는 우주여행을 떠나기 전, “모두를 위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라며 감격을 전했다. 이어 생중계된 비행 영상에서 “고국에 있는 모든 사람의 희망을 대표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이번 임무를 지원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등에게 감사를 표했다.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한 ‘크루 드래건’은 하루 전인 21일 오후 5시37분 플로리다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이후 약 16시간에 걸친 우주여행 끝에 22일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8일 동안 이곳에서 20여 가지 과학 실험을 하고 돌아오게 된다.
이번 유인우주선 발사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여성의 권리를 제한해온 나라 사우디 출신의 여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에선 불과 2017년까지만 해도 여성은 우주선은커녕 자동차 운전조차 할 수 없었다. 변화를 몰고 온 것은 사우디의 젊은 실권자인 무함마드 왕세자였다.
‘크루 드래건’에 탑승하는 우주비행사 4명 중 사우디 여성 우주비행사 라이야나 바르나위(왼쪽)와 4명의 구성원을 이끄는 총감독 페기 휫슨 전 나사 우주비행사가 21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이륙 전 하트를 만들어 내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크루 드래건’의 우주비행사 4명이 21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이륙 전 손을 흔들고 있다. (왼쪽부터) 라이야나 바르나위, 페기 휫슨, 존 쇼프너, 알리 카르니. AP 연합뉴스
21일 미국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사우디의 첫 여성 우주인을 축하하기 위한 포스터 앞을 여성들이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2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뒤 구성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윗줄 왼쪽부터) 알리 카르니, 존 쇼프너, 라이야나 바르나위, 페기 휫슨. 나사 티브이 제공, AP 연합뉴스
그는 2016년 4월 새로운 경제개발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내놓았고, 이듬해 9월 여성에게 운전을 허용하겠다고 선언했다. 2018년 6월24일 0시부터 실제 여성 운전이 허용됐다. 사우디 여성들은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자신들이 운전하는 모습을 올리며 기쁨을 만끽했다. 비슷한 무렵 여성의 축구장 입장과 군 입대가 가능해졌고, 2019년엔 여성의 외국여행 제한도 풀렸다. 바르나위의 우주여행이 가능했던 것도 무함마드 왕세자가 ‘비전 2030’ 계획의 하나로 사우디의 우주 관련 사업을 확대하며, 지난해 여성 우주인 양성을 포함한 우주비행 프로그램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날 발사된 ‘크루 드래건’엔 바르나위 말고도 또 한명의 사우디인이 탑승했다. 사우디 공군 전투기 조종사인 알리 카르니였다. 전후 70여년 동안 이어져온 ‘미국 의존’을 벗어나 새로운 경제 영역을 개척하려는 사우디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우주선엔 그밖에 여성 우주인 중 최장 우주 체류 기록(665일)을 보유한 전 미 항공우주국 소속 우주비행사였던 페기 휫슨과 미국 국제 통신업체 사업가 존 쇼프너가 탑승했다. 휫슨은 현재 액시엄스페이스의 직원이며 이번 우주비행의 총괄 책임을 맡고 있다. 휫슨은 출발 전 “우주로 다시 돌아가 정말 신난다. 새 우주비행사 셋과 함께라 더욱 신난다”고 했다.
액시엄스페이스는 정부가 아닌 기업에 의해 수행되는 민간 우주비행을 확대하고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액시엄 미션2’를 고안했다. ‘액시엄 미션1’(AX-1)은 지난해 4월 사상 최초로 민간인 4명의 우주여행을 무사히 마친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책임자 데릭 하스먼은 로켓이 발사되기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우디 승객과 유사한 승객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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