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이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해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시리아 내전에서 자국민을 무자비하게 희생시켜 ‘학살자’란 별명을 얻은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19일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시리아가 12년 간의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자 반군 장악 지역에선 아사드 대통령의 외교무대 복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19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사드 대통령은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AL)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린 과거나 현재 아랍에 속해있었고 미래에도 속해있을 것”이라며 “전쟁과 파괴가 아닌 평화·발전·번영을 위한 아랍권의 연대를 위해 새로운 행동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시리아의 복귀를 주도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치켜세우며, 그가 중동의 화해를 위해 큰 역할을 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한 나라 내부의 일은 그 나라 사람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국 국경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다른 나라가 간섭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외부 간섭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이다.
<로이터>는 시리아가 이날 참석국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다고 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도 개막 연설에서 “아랍동맹 복귀는 시리아를 위기의 종식으로 이끌 것”이라며 “우리 지역이 갈등의 장으로 변해선 안 된다”며 중동의 평화를 강조했다.
앞서, 2011년 봄 시리아에서 민주화 시위가 발발하자 아사드 정권은 자국민을 잔혹하게 진압하며 국제사회에서 퇴출됐다. 중동 22개국의 연대체인 아랍연맹도 시리아를 내쫓았다. 아사드 정권은 이란·러시아 등의 군사 지원을 받아가며 정권을 유지해 왔다.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은 지난 2월 초 튀르키예·시리아 국경에서 발생한 대규모 지진이었다. 이후 국제 사회의 시리아에 대한 긴급 지원이 시작되며 아사드 정권과 대화 채널이 복구됐다. 또 지난 3월 아랍연맹의 주도국인 사우디가 ‘역내 라이벌’인 이란과 외교를 정상화 했다. 그러자 사우디와 시리아의 외교 관계도 회복하기 시작했다. 아랍연맹은 7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시리아의 복귀를 결정했다.
바사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왼쪽)이 19일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제다/AFP 연합뉴스
19일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이들리브에서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아랍동맹 정상회의 참석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리브/EPA 연합뉴스
시리아 반군이 장악한 북부 이들리브에선 19일 반대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는 △아사드 대통령의 기소 △실향민 송환 △반군 수감자 석방 등을 요구했다. 반군을 지원해온 카타르 역시 아랍연맹 복귀에 반대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레바논 난민캠프의 한 시리아인은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아사드가 저지른 살인과 파괴, 시리아의 비참한 상황을 생각하면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아사드 정권은 아랍동맹의 또다른 독재정권과 서로 협력하고 있다”고 사우디를 비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하며 아사드 정권의 국제사화 복귀에 반대하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도 “아사드의 국제 위상을 강화하는 어떠한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해야 한다. 그는 시리아를 도살장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헸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