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바흐무트 전투를 러시아 쪽에서 주도한 용병 단체 바그너(와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20일 이 도시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발표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렸다.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령했다고 처음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오후 “남부집단군의 대포와 전투기의 지원을 받은 와그너 돌격대의 공격적 조처의 결과로, 아르티모프스크(바흐무트의 러시아 지명)의 해방이 완료됐다”는 한줄 성명을 발표했다고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크레믈(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도 21일 오전 성명을 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돌격대뿐만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고 외곽을 지킨 러시아군에게 아르티모프스크를 해방한 작전의 완료를 축하했다”며 “그 전투에서 수훈을 세운 모든 이들이 국가 훈장을 추천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께부터 격전이 이어져온 바흐무트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가 직접 완전 점령 사실을 밝히고, 푸틴 대통령까지 나서 이를 치하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바흐무트의 전황과 관련해선 이 싸움을 주도하는 용병 그룹인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발표를 해왔다. 프리고진 역시 앞서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에 올린 동영상에서 “오늘 5월20일 한낮에, 바흐무트가 완전히 점령됐다”며 “5월25일께, 우리는 바흐무트를 완전히 점검하고, 필요한 방어선을 구축하고는, 군에게 넘길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참모총장의 “변덕” 때문에 “다섯 배나 많은 인원이 죽었다”면서도 “조국을 수호할 기회와 명예를 준”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프리고진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차관은 “바흐무트에서 치열한 전투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고, 전선을 지키고 있다”면서도 “상황은 중대하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의 점령 발표에 대해선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철수했는지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도심에서 이 도시의 서쪽 외곽에 있는 건물이 집중돼 있는 지역으로 서서히 철수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동안 이 전투와 관련해선 프리고진이 러시아 국방부가 탄약 등 보급을 게을리하고 있다며 비난하며 병력을 빼겠다는 압박을 이어왔다.
러시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중에 바흐무트 점령을 사실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요 7개국의 지원 분위기에 찬물에 끼얹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날 발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회의에 참가하기 직전에 나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