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현지시각)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 물을 공급하는 카넬론 그란데 저수지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바닥을 드러냈다. AP 연합뉴스
기후위기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루과이가 최악의 ‘비정상 가뭄’으로 인해 학생에게 줄 식수마저 아끼는 상황에 부닥쳤다. 북반구의 이탈리아는 기록적인 폭우로 41개 도시와 마을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우루과이 일간지 <엘옵세르바도르>는 우루과이 교육부가 최근 수도인 몬테비데오와 카넬로네스 지역 학교에 물 부족 대응을 위한 급식 관련 권장 지침을 내려보냈다고 보도했다. 지침은 급식 준비에 필요한 물의 비율을 제한하며 파스타 끓인 물을 재사용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염도가 높은 강물을 담수와 섞어 상수도로 공급하고 있으니 음식에 간을 줄이라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시민들이 식수 부족에 항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학생들에게 줄 식수마저 아껴야 할 실정이다. 해당 지침은 점심때 “아이들이 요청할 때만 물을 주고, 미리 제공하지 말라”고 권고하면서, ‘어린이 1인당 물 한 잔’으로 식수 제공량을 적시했다. 이 지침은 우루과이 인구 절반이 살고 있는 지역에 내려졌으며, 학생 약 12만명이 적용받게 된다. 남미 남부 가뭄정보시스템(SISSA) 누리집에 공개된 데이터를 보면 우루과이 남서부 일부 지역은 가뭄 정도 6단계 가운데 최악인 ‘비정상 가뭄’으로 분류되어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 파엔차에서 보트에 탄 구조대원들이 홍수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대피시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최근까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이탈리아 북부 지역에는 “10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이탈리아 민영뉴스통신사인 <안사>(ANSA)는 지난 18일 에밀리아-로마냐주 라베나시에서 희생자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이번 폭우로 인한 사망자가 13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 지역에는 지난 16∼17일 평균 200∼5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이는 1년 동안 내릴 비의 절반이 36시간 동안 쏟아진 것이다. 폭우로 인해 이 지역 모든 강의 제방이 무너지면서 41개 도시와 마을이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이재민은 약 2만명에 이르고, 약 5만명이 전기를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에서 홍수피해를 본 한 가정집 모습. EPA 연합뉴스
에밀리아-로마냐주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이탈리아 기후 전문가들은 장기간 가뭄으로 토양이 콘크리트처럼 굳어진 상황에서 비가 땅에 흡수되지 못하면서 홍수가 발생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볼로냐대의 기후학자인 안토니오 나바라 교수는 “가뭄과 홍수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17일 지구 평균 온도가 앞으로
5년 이내에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1.5도’는 지구 기후위기의 임계점(티핑포인트)이다. 전문가들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화 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지면 인류의 노력으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게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이 임계점을 지날 경우 50년 빈도의 극한 폭염은 과거보다 8.6배, 폭우는 1.5배, 가뭄은 2배 잦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