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스탠딩 코미디쇼 예고 포스터. 아래 가운데가 코미디언 하우스다. 바이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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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코미디언이 스탠딩 코미디쇼 공연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발언을 패러디해 농담을 했다가 활동을 중단당했다.
17일 중국 <신경보> 등 보도를 보면, 하우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중국 코미디언 리하오스는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 스탠딩 코미디쇼 공연에서 유기견 두 마리를 입양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시 주석의 발언을 활용했다가 활동을 중단당하고 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 큰 곤경에 처했다.
그는 “유기견들이 다람쥐를 뒤쫓는 모습을 보니 ‘태도가 우량하고 싸우면 이긴다’(作風優良, 能打勝仗)는 말이 생각났다”고 했는데, 이 말은 2013년 당 대회에서 시 주석이 새로운 인민군대 건설을 위해 내놓은 ‘12자 방침’의 일부이다. 당시 시 주석은 “당의 지휘를 따르고(聽黨指揮) 싸우면 이기며(能打勝仗) 태도가 우량한(作風優良) 군대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관객이 시 주석의 군대 관련 지시를 유기견의 행태에 비유한 이 발언을 국가 중대사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였고, 곧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졌다. 누리꾼들은 하우스가 중국 인민해방군을 모욕했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결국 하우스의 소속사는 지난 15일 부적절한 비유로 물의를 일으켰다고 사과하며 하우스의 활동을 무기한 중단시켰다. 소속사는 성명에서 “공연이 끝난 뒤 하우스를 엄숙히 비판했고 반성할 것을 요구했다”며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지고 배우에 대한 훈련과 교육을 강화해 업계의 질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국이 하우스와 소속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공연이 벌어진 베이징 차오양구의 문화관광국이 이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16일 “일방적인 웃음 효과만 추구하려다 선을 밟으면 오류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마음속에 두려움을 갖고 말을 조심하며 행동에 멈춤이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서 시 주석을 농담 소재로 활용하거나 공산당의 어두운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는 것은 금기시돼 있다. 지난해 6월 톈안먼(천안문) 사건 기념일 직전에는 유명 인터넷 쇼핑 진행자 리자치가
탱크 모양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다가 석 달 동안 방송을 중단하기도 했다. 1989년 톈안먼 사건 당시 탱크를 온몸으로 가로막은 청년의 모습이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중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고, 이후 탱크는 톈안먼 사건 기간 금기 단어가 됐다. (▶️관련 기사 보기 : ‘천안문 탱크’ 제 발 저렸나?…중국, ‘탱크 과자’ 홈쇼핑도 차단
https://hani.com/u/NzQ3Mw )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