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1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을 장착한 영국군의 다용도 전폭기 ‘토네이도 GR4’. AP 연합뉴스
영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크림(크름)반도까지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장거리 미사일 지원을 계속 요구해왔으나, 미국 등은 러시아 본토 공격 가능성을 의식해 그동안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벤 윌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각) 하원에 출석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 ‘스톰 섀도’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윌리스 장관은 “미사일이 지금 그 나라로 가고 있고 또 이미 도착했다”고 말했으나, 얼마나 많이 제공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나아가 “이 미사일 시스템을 공급한 것은 러시아가 자초한 일이라는 걸 러시아는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윌리스 장관은 이 미사일을 지원해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수요가 충족될 것이라고 하면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이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또 영국 주도로 몇몇 유럽 국가가 사거리 300㎞ 수준의 장거리 미사일을 추가로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스톰 섀도는 유럽이 개발한 공대지 스텔스 순항미사일이며 사거리는 250㎞ 이상이다. 이는 미국이 우크라아니아에 지원하고 있는 고속기동 포병 로켓시스템(HIMAS)의 사거리 80㎞의 3배 이상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제공 의사를 밝힌 무기 가운데 사거리가 가장 긴 것은 ‘지상 발사 소구경 폭탄’(GLSDB)으로, 사거리는 150㎞라고 통신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장거리 미사일을 확보함에 따라 봄철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남부 지역에서 크림반도를 직접 공격하는 게 가능해졌다. 러시아가 2014년 3월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는 러시아의 흑해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헤르손·자포리자주 등 우크라이나 남부를 점령한 러시아군의 후방 보급 기지들도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시다트 카우샬 연구원은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함대 기지와 크림반도 곳곳의 러시아 무기고 공격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이번 지원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할 경우 군을 통해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조처로 영국과 러시아의 관계는 더 악화되는 게 불가피해졌다.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가장 먼저 견착사격식 대공·대전차 무기나 주력 탱크를 제공하는 등 군사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나라다.
한편,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서방의 무기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봄철 대반격을 늦추고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영국 <비비시>(BBC) 등 유럽 공영 방송사들과의 인터뷰에서 군이 대반격 채비를 마쳤으나 장갑차 등의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공격에 나설 수 있지만 이렇게 될 경우 많은 병력을 잃을 수 있으며 이는 용납하기 어려운 사태라고 덧붙였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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