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의 ‘구글 갑질방지법’ 입법 과정에서 구글 임원과 긴밀히 소통하며 한국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 입법을 막진 못했다.
2일(현지시각) 미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시민단체 ‘디맨드 프로그레스’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자료를 인용해 한국이 2021년 8월 ‘구글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논의를 할 때 카란 바티아 구글 정책협력 담당 부사장이 ‘한국 정부에 연락을 취해달라’며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바티아 부사장은 이 이메일에서 한국의 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전하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 정부에 우려를 제기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타이 대표는 “서울에 있는 담당자와 연락을 취하겠다. 무역대표부는 이 문제를 주시할 것이라고 약속한다”고 답장을 보냈다.
당시 논의됐던 법안은 구글·애플 등 앱마켓 사업자가 콘텐츠 사업자에게 자신들의 ‘결제 시스템’(인앱결제)을 사용하라고 강요해온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이었다. 이 법안은 전세계에서 처음 빅테크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 관행에 제동을 거는 시도여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결국 2021년 8월31일 국회를 통과해 법이 만들어졌다.
통신은 또 무역대표부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만드는 과정에서 빅테크 기업들의 조언을 구한 것으로 보이는 메일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인태 경제프레임워크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5월 중국에 맞서 인도·태평양 지역 내 새로운 경제·무역 틀을 만들겠다며 띄운 협의체다. 무역대표부는 이 기구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해 1월부터 전문가 의견을 청취한다는 명목으로 아마존·구글 등 업계와 만남을 요청했다. 이 만남에 나온 기업 인사들은 전직 무역대표부 임원들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