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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자연 복원 법안’이 재생에너지 걸림돌?…유럽연합 논쟁 중

등록 2023-05-01 15:06수정 2023-05-01 15:20

2050년까지 파괴된 생태계 복원하는 내용
유럽의회 최대 세력 “법안 철회해야” 초강경
스페인 남부의 주요 보전 지역인 도냐나 국립공원 근처를 한 남성이 말을 탄 채 지나고 있다. 알몬테/AP 연합뉴스
스페인 남부의 주요 보전 지역인 도냐나 국립공원 근처를 한 남성이 말을 탄 채 지나고 있다. 알몬테/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자연 복원 법안’이 풍력 등 재생에너지 투자를 저해할 위험이 크다는 반발에 부닥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30일(현지시각) 2050년까지 유럽연합 내 해양 생태계의 90% 등 훼손된 자연 환경의 복원을 마무리하는 내용의 자연 복원 법안이 최근 회원국 대표, 유럽의회 등과의 논의 과정에서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6월 제안한 이 법안은 생명 다양성을 보호하기 위해 습지·산지·강·바다는 물론 도심 내 녹지나 농업 지역 등의 자연을 복원하는 종합 대책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2030년까지 유럽연합 내 전체 땅과 바다의 20%를 복원하고 2050년까지는 파괴된 자연 생태계 복원을 모두 마치는 걸 목표로 제시했다. 집행위원회는 현재 유럽연합 전체 생태계의 81%가 복원이 필요한 상태라며 자연 복원에 1유로를 투입하면 이익은 8~38유로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아일랜드와 발트해 연안 국가의 경우 토탄 채취 지역을 다시 습지화해야 하고, 많은 회원국은 농지에도 새로 나무를 심어야 한다. 북해 등의 풍력 단지나 북유럽 국가의 목재 산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유럽의회 내 최대 세력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은 법안 철회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 당의 에스터르 더랑어 환경정책 조정관은 “집행위원회가 너무 나갔다. 유럽의회 활동 16년 만에 처음으로 집행위원회에 법안 철회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법안이 관철되면 “재생에너지 사업과 관련 기반 시설 건설이 극도로 어려워진다”며 “기후와 산업 정책은 함께 가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가 중국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럽의회 환경·공중보건·식품안전위원회의 파스칼 캉팽 위원장도 농업과 어업이 받을 충격에 대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회원국들도 탈탄소화 계획에 맞춰 조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해에 대규모 풍력 단지를 조성해 영국 등 여러나라에 공급하려는 덴마크 정부는 이 법안이 풍력 개발을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도 풍력 발전망 사업 지역과 자연 복원 지역이 겹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네덜란드 업계에서는 한번 복원된 지역을 다시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법에 포함될 경우, 주택·기반시설 건설 등 공공 사업 추진도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럽연합 정책 전문 매체 <유락티브>는 이 법안이 내년 중반으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 전까지 법제화되어야 한다며 이 때까지는 세부 사항을 둘러싼 논란과 갈등이 그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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