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도청 내용 등이 담긴 미국 기밀문서 유출 사태와 관련해 사과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한국과 좋은 관계”라고만 답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부대변인은 17일(현지시각) ‘미국의 도청이 사실이면 한국에 사과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 사건은 검토가 진행 중이고, 법무부가 다루는 사건”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어서 싱 부대변인은 “우리는 한국과 아주 좋은 관계다”며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한국에 대한 안보) 관여는 굳건하고 한국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바로 여기에서 들어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 정부에 한국 국가안보실 논의 도청에 대해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싱 부대변인 발언은 최근 미국을 방문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발언과도 궤를 같이한다. 지난 11일 미국을 방문한 김 차장은 덜레스공항에서 도·감청 의혹과 관련해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갖고 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도 말했다. 김 차장은 15일 귀국 뒤 “앞으로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약속하고 어떤 경우에도 양국이 신뢰와 믿음이 흔들리지 말자, 그리고 더 굳건히 하는 계기로 삼자에 인식이 확고하게 일치했다”고도 말했다.
싱 부대변인은 ‘한-미 국방장관이 최근 통화에서 문서가 조작됐다는 데 동의했다는 데 위조 증거가 있냐’는 질문엔 “일부 온라인에 유출된 문건의 유효성을 물은 것 같은데, 특정 문서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문서가 추가로 조작됐는지를 알기 위해 문건을 평가하고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만 답했다.
싱 대변인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한국에 대한 도청 관련 정보문서 중 일부만 유효성을 의심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 차장은 지난 11일의 이종섭 국방장관과 오스틴 장관의 통화 뒤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 한미의 평가가 일치했다”고 주장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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