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치러진 네덜란드 지방선거에서 신생 농민시민운동이 1당으로 부상하는 개표 결과가 16일 발표되자, 이 당의 카롤리네 반데르 플라스 대표가 놀라고 있다. EPA 연합뉴스
네덜란드에서 신생 농민 정당이 의회 상원에서 사실상 1당으로 부상하는 정치권 격변이 일어났다.
15일 치러진 지방의회 선거 개표 결과, 신생 농민시민운동(BBB)이 5월에 구성되는 상원에서 적어도 16석을 얻을 수 있는 지방의원들을 확보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방의회 의원들이 상원의원들을 선출한다. 농민시민운동은 중앙의 유트리히주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11개 주 지방의회에서도 최대 정당이 됐다.
농민시민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약 20%의 득표율로 75석이 정원인 상원의원 중 16석, 중도 좌파인 노동당과 녹색당 연합은 1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되면 농민시민운동은 상원에서 제1당이 된다. 이에 견줘 마르크 뤼테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4당 연합’은 8석이 줄어든 24석에 그쳤다. 향후 정국 운용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7.5%로 최근 네덜란드에서 이뤄진 투표 가운데선 높은 편이었다.
농민시민운동은 지난 2019년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의 가축수를 줄여 질소 방출을 줄이겠다는 계획에 항의하는 농민 시위 과정에서 창당됐다. 당시 정부는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는 질소 방출을 줄이기 위해 가축 수를 3분의 1가량 줄이고 수천개의 농장을 폐쇄하려 했다. 농민들은 정부의 정책에 반기를 들고 격렬한 반대 투쟁을 벌였다. 이 시위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관심과 지지 등 전 세계의 보수 우파 세력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도시에서도 질소 배출 감축 정책으로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어 주택이 부족해지자 당시 진행되던 농민 시위와 그 이후 결성된 농민시민운동에 대한 지지가 높아졌다.
카롤리네 반데르 플라스 농민시민운동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가 네덜란드 주류 정치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뿌리 깊은 분노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모두 보통 사람이고, 우리를 찍은 모든 사람은 보통 시민”이라며 “보통 사람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으면 집에 있는데(투표를 하지 않는데), 오늘 그들은 집에 있기를 원치 않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민시민운동을 “사회적 우파”로 정의하면서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 농민과 농촌 사회의 미래에 대한 초점을 이전보다 확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에이피> 통신은 농민시민운동이 정치학자 사이에서는 “서민적 민족주의”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