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웰즐리대 학생들이 교내 한 건물에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 웰즐리대 누리집
미국의 한 명문 여대에서 성소수자 입학 허용 문제 등을 놓고 논쟁하다 전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학내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14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있는 명문 여대인 웰즐리대 학생회가 이날 교칙 수정에 대한 학내 익명 투표를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투표에 부친 내용은 현재 여성으로만 한정된 입학 대상을 트랜스젠더 남성을 포함한 전체 모든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Non-binary·남녀 이분법적 성별 구분 외의 성 정체성)로 확대할 것인지 여부다. 또 교칙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를 ‘학생’과 ‘졸업생’ 등 성중립적 표현으로 바꿀 것인지도 묻기로 했다. 신문은 이번 투표가 ‘여대의 사명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라며, 지난 몇 년동안 많은 여자 대학에서 트랜스젠더 수용 문제를 놓고 갈등해왔다고 전했다.
1875년 설립된 웰즐리대는 메사추세츠주 보스톤 인근에 위치한 사립대학으로 약 2500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등이 졸업한 역사 깊은 명문 학교다.
학생회를 비롯해 교칙 개정을 찬성하는 구성원들은 성차별에 직면한 사람들에게 늘 안전한 피난처였던 여대가 현재 차별에 직면한 트랜스젠더와 논바이너리 학생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실제 학교에 트랜스젠더 학생이 이미 다니고 있는 점을 교칙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학 후 성전환을 한 학생들이 캠퍼스에 이미 존재한다는 것이다. 알렉산드라 브룩스 학생회장은 “투표는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변화를 지지하는지 보여주는 방법”이라며 “우린 이미 현실이 된 것을 서면에 반영해달라고 요청할 뿐이다. 여기는 소외된 성별을 가진 사람을 교육하기 위한 학교”라고 말했다.
폴라 존슨 총장은 이날 투표가 구속력은 없으며, 결과가 어떻든 교칙을 바꾸진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존슨 총장은 여성 정체성을 가진 이들만 입교를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교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여성으로 간주하는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 학생은 입학이 가능하다”면서 “웰즐리 대학은 트랜스, 논바이너리 학생을 입학시키는 ‘여자 대학’”이라고 묘사했다. 학생의 성정체성이 여성이라면, 생물학적 여성이 아니라도 입학이 가능하지만 남성 정체성을 가진 경우 입교는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성원들 사이에서 총장의 견해에 대해 격렬한 반발이 나왔다. 이 학교 평등포용부 부교무처장은 <뉴욕타임즈>에 “사무실 직원들이 총장의 이메일에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재학생과 졸업생, 교직원 일부는 총장 발언에 의의를 제기하며 투표를 지지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일부 학생들은 행정부 건물에서 연좌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학생신문편집위원회는 학보에 “총장의 견해에 우리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