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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유엔, 흑해 곡물협정 재연장 합의…‘60일 조건’ 논란

등록 2023-03-14 13:51수정 2023-03-15 02:33

러, 서방 제제에 불만 ‘조건’ 걸어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과 흑해 곡물 협상을 벌인 뒤 건물을 나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세르게이 베르시닌 러시아 외교부 차관이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과 흑해 곡물 협상을 벌인 뒤 건물을 나오고 있다. AFP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초래된 세계 식량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체결된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이 재차 연장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에만 일단 ‘60일만 재연장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레베카 그린스판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사무총장과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 긴급구호 사무차장은 13일 흑해 곡물협정 재연장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러시아 대표단과 만났다. 러시아 대표로 나선 세르게이 베르시닌 외교부 차관은 회담 후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60일 추가로 연장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1차 연장 때 합의한 120일이 아닌 단 60일만 연장한다고 못 박았다. 러시아 대표부는 이런 방침을 확인하듯 이날 성명을 내어 “흑해 협정의 재연장을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두번째 연장 기간은 오직 60일만 이어질 것이며, 이후 우리의 추후 입장은 러시아산 농산물 수출의 정상화에 가시적 진전이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창지대에서 자라난 곡물을 전세계에 공급해온 오데사 등 흑해 항구를 봉쇄했다. 그로 인해 세계적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막히자 세계 곡물 가격이 치솟았다. 우크라이나 밀을 주로 수입해온 아프리카·중동 등엔 인도적 위기가 발생했다. 이를 보다 못한 튀르키예와 유엔의 중재로 지난해 7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4자가 참여하는 곡물 협정을 체결했다. 이로써 흑해 항구에 ‘공동조정센터’(JCC)를 세우고 보안검사를 거쳐 우크라이나산 곡물을 아프리카 등지로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수출 협정은 지난해 11월17일 120일 연장됐고 이번에 재연장된 것이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 협정으로 자국 농산물 수출 자체는 보장되고 있지만 △은행 결제 △물류 운송 △보험 등에 필요한 금융 활동이 서방 제재로 인해 원활히 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베르시닌 차관은 “가시적 진전에는 금융 활동의 동결 해제, 톨리야티-오데사 파이프라인 재개도 포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파이프라인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가는 세계에서 가장 긴 비료 수송관이다. 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이 아프리카 등 기아 지역이 아니라 대부분 부유한 나라로 가고 있는데, 이는 협정 목적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러시아 쪽 입장을 유념하고 있다며 흑해 곡물 협정이 훼손되지 않고 지속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유엔은 이날 성명을 내어 “유엔 사무총장은 흑해 곡물 협정의 무결성과 지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유엔이 가능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확답했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흑해 곡물 협정으로 지금까지 옥수수와 밀 등 약 2410만t의 곡물이 수출됐으며 그중 절반이 개발도상국으로 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60일 재연장이 지난해 7월 초기 협정에 어긋난다며 맞섰다. 올렉산드르 쿠브라코우 우크라이나 인프라부 장관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60일 연장은 튀르키예와 유엔이 서명한 문서와 모순된다. 우리는 이 협정의 보증인으로서 유엔과 튀르키예의 공식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썼다. 협정의 초기 합의문에 최소 120일 동안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명시됐다. 그 절반인 60일만 연장하려면 합의문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 우크라이나의 주장이다.

미국은 재연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세계가 이 협상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협상이 확실히 연장되고 또 연장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밀 시장 거래인들은 연장 기간이 짧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러시아 성명 발표 뒤 유럽시장 밀 가격이 급등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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