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국가 중앙군사위원회(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선출된 장유사(앞줄)와 중앙군사위 구성원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새 중국 국방부장이 된 리상푸이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중국의 새 국방부장(장관)에 5년 전 미국 제재 대상에 올랐던 군사 장비 전문가가 임명됐다.
1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발표된 중국 국무원 인사에서 리상푸(64) 당 중앙군사위원회 위원이 새 국방부장에 임명됐다. 리 부장은 충칭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항공 기술자 출신으로, 시창 위성발사센터 사령관을 맡는 등 군사 장비 분야에서 활동했다. 2019년 중국 인민해방군 최고 계급인 상장으로 승진했고, 이번에 국방부장 겸 국무위원이 됐다.
리 부장은 시 주석의 군부 핵심 측근으로 이번 전인대에서 국가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에 오른 장여우샤와 밀접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 부장은 2017년부터 중국 인민해방군의 무기구매 및 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 부장으로 근무했는데, 그에 앞서 장비개발부장을 맡았던 이가 장여유샤였다.
리 부장이 미국 제재 대상이 된 것은 2018년이다. 당시 중국이 러시아에서 수호이(Su)-35 전투기 10대와 방공 미사일 시스템(S-400)을 구매했는데, 미국은 중국이 대러시아 제재를 위반했다며, 장비개발부와 책임자 리상푸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미국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 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한 것을 들어 러시아와 거래한 나라 등을 제재했다. 이에 따라 리 부장은 미국 비자 발급과 미국 금융 이용, 미국 내 자산 보유 등이 금지됐다.
중국이 군사 장비 전문가를 국방부장에 임명한 것은 현대적인 군사 강국을 만들겠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블랙리스트에 오른 인물을 국방부장에 임명한 것은 미국의 제재 등을 신경 쓰지 않고 강하게 맞서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리 부장이 미국 제재 명단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미·중 군사 부문 대화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국방부 장관은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등에서 만나 회담을 갖는다. 하지만 마티 마이너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주 리상푸의 국방장관 승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중국군과의) 소통을 유지하는 것은 우리가 위험을 관리하고 오판을 피하며 책임감 있게 경쟁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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