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국과의 포로 교환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밝혔다. 미국은 “가족들의 고통만 더하는 거짓말”이라고 부인했지만, 양국의 포로 교환 협상이 과거보다 진전된 것으로 보인다.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2일(현지시각) 국영 방송에 출연해 “최근 이란과 미국의 포로 교환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내 생각에는 모든 것이 준비됐다”며 “미국 쪽에서 모든 것이 잘 진행된다면 조만간 포로 교환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곧바로 이를 부인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란의 발언이 “포로 가족에게 고통만 더하는 또 다른 잔인한 거짓말”이라고 비난하며 “이란에 부당하게 구금된 미국인 세 명의 석방을 보장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 그들이 사랑하는 이들과 만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도 이란의 발표가 “거짓”이라고 확인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이란의 발언은 신정 체제를 향한 국내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국내 지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양쪽의 협상이 과거보다 진전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중이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포로 교환이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도 이란 내 서방 외교관을 인용해 “포로 교환 가능성이 새로운 모멘텀(힘)을 받았다”고 전했다. 매체는 미국과 이란이 “협상 막바지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진전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협상의 관건 중 하나는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산이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이란과의 포괄적 핵 협상(JCPOA)에서 탈퇴하고 제재를 되살리면서 이란의 원유 결제대금 약 70억달러가 한국 내 은행 두 곳에 원화로 묶여 있다. 이란의 해외 동결자금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이터>는 한국 동결자산을 이번 협상의 “남아있는 까다로운 지점”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통신에 “자금을 어떻게 교환할지, 이를 어떻게 감독할지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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