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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몰도바, ‘친러시아-친서방’ 갈등 고조…제2의 우크라이나 되나

등록 2023-02-24 11:56수정 2023-02-24 16:43

마이아 산두(오른쪽) 몰도바 대통령이 22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마이아 산두(오른쪽) 몰도바 대통령이 22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고가 인근 몰도바로 몰아치고 있다. 몰도바 내의 친러시아-친서방 세력 사이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은 상대방이 몰도바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몰도바도 러시아와 서방이 격돌하는 제2의 우크라이나로 비화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몰도바 정부는 23일 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가 몰도바 내 친러시아 분리 지역인 트란스니스트리아 침공을 계획하고 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을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의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며 “외국의 동반자 국가들과 협력을 유지하고, 우리나라에 위협이 가해질 경우 대중들은 즉시 통지받을 것이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몰도바 외교부 장관은 몰도바는 러시아로부터의 “전면적인 위협”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친서방 성향으로 몰도바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해온 마이아 산두 대통령은 최근 러시아가 몰도바 정부를 전복하려는 쿠데타를 획책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앞서,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기만 공작을 통해서 몰도바 내의 트란스니스트리아를 침공할 계획을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이 침공했다고 조작한 뒤 이를 명분으로 몰도바를 침공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교부 부장관은 서방이 몰도바 정부에게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친러 당국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고 <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날인 22일 트란스니스트리아 문제와 관련한 몰도바의 주권과 영토 보전성을 인정하는 지난 2012년 포고령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포고령은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 문제와 관련해 몰도바의 “주권, 영토보전성 및 중립적 지위”에 기반해 해결을 추구한다는 내용으로, 포고령 폐기는 러시아가 트란스니스트리아에 대한 몰도바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와 루마니아 사이에 위치한 몰도바는 옛 소련의 일부였으나 1991년 소련 해체 때 독립했다. 우크라이나 쪽과 접경한 러시아계 주민 다수의 트란스니스트리아도 몰도바로부터 1992년에 분리독립을 선언해 내전이 일어났고, 러시아가 개입해 휴전이 이뤄지고 러시아군 3천여명이 평화유지군으로 주둔하고 있다.

몰도바는 루마니아어를 쓰는 주민이 다수이나, 독립 뒤 친러 세력과 친서방 세력이 대결하며 갈등이 커져왔다. 특히, 지난 2020년 11월 대선에서 친서방 마이아 산두가 친러 성향인 이고르 도돈 당시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뒤 갈등이 증폭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 산두 정부는 유럽연합 가입을 위한 신속절차를 신청해, 친서방 행보를 본격화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가 제공하던 값싼 가스 등 에너지 공급이 끊기면서, 몰도바 경제는 추락했고, 이에 불만을 품은 친러 세력들이 반산두 시위를 벌여오고 있다. 경제난으로 나탈리아 가브릴리타 전 총리가 지난 10일 사임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산두 정부는 반정부 시위가 추방당한 친러 정치인인 일안 쇼르의 자금과 사주로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산두는 지난 13일 러시아가 몰도바 정부를 타도하고 유럽연합 가입을 막기위해 파괴 분자들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고 비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의 마지막이 아니고,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몰도바를 목 조르려고 생각하는 것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인준된 친서방 성향의 도린 레치안 총리는 트란스니스트리아의 ’비무장화’가 중요하다며, 러시아군의 철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20일 “몰도바와의 관계는 이미 긴박하다”며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이같은 발언에 “신중하라”고 경고해, 긴장이 고조됐다.

미국도 몰도바 사태에 개입해, 러시아와 서방의 대결로도 비화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폴란드 방문 중에 산두 대통령과 별도 회동해 “몰도바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재확인”하는 한편 “민주개혁 의제와 에너지 안보를 포함한 정치적, 경제적 회복력을 강화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영향을 해결할 수 있도록 미국의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폴란드 방문 중 연설에서 산두를 직접 호명하며, 지지를 다짐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남부 점령지를 트란스니스트리아와 연결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러시아의 한 고위 관리가 지난 2022년 4월에 밝힌바가 있다. 우크라이나로서는 트란스니스트리아가 러시아의 남부 점령지와 연결되면, 완전한 내륙국가로 전락하게 돼, 이를 막아야 할 사활적인 이해가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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