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금융가의 한 건물에서 한 노동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영국에서 6개월 가량 실시한 대규모의 ‘주 4일 근무제’ 실험에서 기업과 노동자가 모두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실험에 참여했던 기업의 92%는 주 4일 근무제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영국 연구기관 ‘오토노미’는 21일(현지시각)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영국 61개 기업의 2900명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주 4일 근무제 실험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이 기관은 사업 결과 보고서에서 참여 기업의 92%인 56곳이 4일 근무제를 지속할 의사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18곳은 4일 근무제를 영구적으로 정착시키기로 했다. 나머지 5곳 가운데 한곳은 4.5일 근무제 실시 의사를 밝혔고 3곳은 4일 근무제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 한 곳은 아직 실험을 마무리하지 않는 상태다.
실험에 참가한 기업 노동자들은 임금 삭감 없이 일주일에 평균 34시간(하루 8.5시간) 일했다. 참여 기업의 59%는 월·수·금요일 중 하루를 온전히 휴무했고, 25%는 추가 휴무일을 고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7%는 주 단위로 휴무일을 변경했고, 나머지 9%는 하루를 쉬거나 반일만 쉬는 걸 섞어서 적용했다. 참여 기업 업종은 광고·홍보, 금융, 보건, 제조, 건설, 공학 등으로 다양했다.
4일 근무제 실험의 만족도를 10점 만점으로 할 때 평균 점수는 8.3점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기업은 근무 시간이 줄었음에도 영업 성과와 생산성이 그대로 유지된 점에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기업 23곳의 실험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의 매출을 비교한 결과, 매출 증가율이 평균 1.4% 증가했다. 또, 실험 시작 6개월 전 자료를 제공한 24곳의 실험 기간 매출은 6개월 전보다 평균 3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 4일 근무제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노동자들의 복지 개선이었다. 노동자의 39%는 4일 근무제 실시 전에 비해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답했고, 육체적·정신적 무력감(번아웃) 강도가 줄었다고 응답한 이들은 전체의 71%에 달했다. 또 40%는 수면 장애가 줄었다고 밝혔다. 노동자의 54%는 일과 가정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전보다 더 원할했다고 답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노동자들의 15%는 임금을 더 준다고 해도 주 5일 근무제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의 주 4일 근무제 실험 결과는 앞서 미국, 아일랜드, 오스트레일리아 기업을 대상으로 했던 소규모 실험의 긍정적 결과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미국 보스턴칼리지의 경제학자 줄리엣 쇼어는 “기업들이 4일 근무제 적용에 애를 먹지 않을까 의심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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