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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간 큰’ 이스라엘 기업…미국 등 20개국에서 선거 조작 ‘들통’

등록 2023-02-16 11:40수정 2023-02-16 13:29

30개 언론 협력해 ‘팀 호르헤’ 공작 확인
허위 정보 유포 등으로 33개 선거 개입
후보 비방 공작 위해 성인용품 보내기도
한 건당 82억~200억원까지 챙겨
국제 언론 30곳과 함께 이스라엘 선거 조작 기업의 실체를 폭로한 프랑스 비영리 언론 단체 ‘금지된 이야기들’의 관련 기사 소개 페이지. ‘금지된 이야기들’ 누리집 갈무리
국제 언론 30곳과 함께 이스라엘 선거 조작 기업의 실체를 폭로한 프랑스 비영리 언론 단체 ‘금지된 이야기들’의 관련 기사 소개 페이지. ‘금지된 이야기들’ 누리집 갈무리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 조작, 해킹부터 선거운동 방해 공작까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세계 각국의 선거에 개입해온 이스라엘 기업의 실체가 여러 국제 언론의 협력 취재를 통해 드러났다. 이 기업은 선거 개입 한 건당 최대 200억원까지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5일(현지시각) 프랑스 비영리 언론 단체 ‘금지된 이야기들’ 주도로 세계 30개 언론사가 협력 취재를 진행해 ‘팀 호르헤’라는 작전명으로 활동해온 이스라엘 여론조작 기업의 선거 개입 활동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탐사보도에 참여한 기자들은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고객인 것처럼 가장해 이 기업 관계자들과 만난 뒤 대화 내용을 몰래 촬영했다. 또 여러 차례에 걸친 화상 회의를 통해 여론 조작 시연 작업도 확인했다.

이 기업의 사장인 탈 하난(50)은 텔아비브 인근 지역의 간판 없는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33건의 대통령 선거급 선거 캠페인에 참여해 27건을 성공시켰다”며 “현재 아프리카에서 한 건의 선거에 개입하고 있으며 그리스와 아랍에미리트에서도 각각 한팀씩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이 선거 조작을 위해 활동한 지역은 아프리카 외에 중남미, 미국, 유럽 등이라고 주장했으나, 그의 주장 전체를 검증하지는 못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하난은 이스라엘 특수부대 요원 출신이며 자신의 팀은 금융, 소셜미디어, 심리전에 정통한 ‘정부 기관 출신자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비트코인 같은 가상자산을 포함한 다양한 통화로 작업비를 받고 있으며, 선거 개입 한 건당 600만~1500만유로(약 82억~206억원)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이 기업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에 가짜 계정을 만들어 허위 정보를 올리고 이런 내용을 다른 계정들을 통해 빠르게 퍼뜨리는 여론 조작을 주로 활용해왔다. 이를 위해 ‘고등 충격 미디어 솔류션스’(Aims)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3만개 이상의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을 관리해왔다. 국제 탐사보도팀은 이 기업의 소셜미디어 조작에 대한 검증을 진행해,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스위스 등 약 20개국에서 여론 조작 흔적을 확인했다.

하난은 자신들이 지메일이나 텔레그램 계정 등을 해킹해서 경쟁 후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일반 언론 매체에 자신들이 제공한 정보가 기사로 나가게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실제로 프랑스의 뉴스 전문 채널 <베에프엠(BFM) 티비>의 유명 앵커 라시드 음바키가 이 기업과 관련된 조사를 받고 출연 정지된 것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음바키는 지난해 서방 각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러시아 재벌들을 제재하면서 모나코의 요트 산업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보도했는데, 이 보도 뒤에 ‘팀 호르헤’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출연 정지 당했다.

하난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2022년 8월 케냐 대선에서 당선된 윌리엄 루토 현 케냐 대통령 진영의 한 전략가가 사용하는 텔레그램 계정을 해킹해 몰래 메시지를 보내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메시지를 보낸 뒤 지워버리면 당사자는 해킹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 메시지를 받은 이의 전화기를 확인한 결과, 하난이 보낸 메시지가 실제로 수신된 것을 확인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 기업은 소셜미디어를 통한 여론 조작에 그치지 않고 상대 후보 비방 공작도 시도해왔다. 하난은 어떤 후보가 바람을 피운다고 그의 부인이 의심하게 만들려고 그 후보의 집에 성인용품을 보낸 적도 있다고 밝혔다.

하난은 탐사보도팀이 보도 직전 ‘팀 호르헤’의 구체적인 활동 내용을 질문하자 답변을 거부한 채 “나는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가디언>은 이번 보도로 이스라엘 정부도 난감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21년 정부의 승인을 받아 군사 무기로 외국에 수출되는 해킹 도구 ‘페가수스’가 정치인이나 언론인 사찰에 악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제 사회의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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