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용자가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와 대화하기 위해 글을 입력하고 있다. 다름슈타트/dpa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ChatGPT) 개발 회사의 기술 책임자가 이 챗봇의 악용 가능성을 인정하며 규제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반응은 인공지능 기술 규제를 추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의 고위 인사가 이 챗봇을 직접 거론하며 규제 가능성을 언급한 뒤 나왔다.
챗지피티의 개발 회사인 오픈에이아이(AI)의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5일 공개된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은 남용될 수 있고, 나쁜 이들이 사용할 수도 있다”며 “이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인간의 가치에 맞춰 조정하면서 사용하도록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는 정부의 개입으로 혁신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인공지능을 규제하는 건 “지금도 너무 이른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술이 가져올 영향을 고려할 때 모두가 관여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며 규제 기관과 정부 등의 개입 필요성을 인정했다.
챗지피티는 사람의 대화 시도에 단편적인 반응만 보이는 기존의 많은 챗봇과 달리 아주 논리적이고 정교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이런 뛰어난 성능 때문에 지난해 11월 말 처음 일반에 공개된 뒤 2달여만에 사용자가 1억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타임>은 지난달 구글 검색 추세를 보면, 챗지피티 검색 건수가 비트코인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챗봇이 만들어낸 글들이 언뜻 보기에는 그럴 듯 해도 피상적이거나 부정확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챗봇을 이용한 논문 표절, 사기 행위, 거짓 정보 유포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등 많은 대학들은 학생들에게 이 챗봇 사용을 금지했다.
인공지능 기술 규제법 제정을 논의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티에리 브레통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3일 챗지피티가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된 위험에 대처할 법률 제정이 시급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의 고위급 인사로서는 처음 챗지피티를 직접 거론하며 규제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브레통 집행위원은 “챗지피티가 보여주듯이 인공지능 기술은 기업과 시민들에게 뛰어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위험도 제기한다”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만든 자료가 신뢰할 수 있는 고품질의 자료가 되도록 규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가 지난해 제안한 인공지능 기술 규제 법안에 따르면, 챗지피티는 채용이나 신용 평가처럼 ‘고위험 업무’에 쓰일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브레통 집행위원은 ‘고위험 인공지능 시스템’들이 유럽연합이 제정하려는 법안을 준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오픈에이아이가 협력해줄 것을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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