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딤 자하위 영국 보수당 의장이 지난 17일 런던 다우닝가에서 열린 각료회의 참석 이후 나오는 모습. AP 연합뉴스
거액의 세금 미납 의혹으로 비판을 받던 나딤 자하위 영국 보수당 의장이 전격 해임됐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9일 자하위 의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조사 결과 내각 강령을 심각하게 위반했다는 게 명백하다. 결과적으로 직위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며 의장직을 박탈하겠다고 밝혔다고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수낵 총리는 자신의 윤리 고문 역할을 하는 로리 매그너스를 특별조사관으로 임명해 자하위 의장의 세금 미납 사안을 조사했고 심각한 강령 위반이 있었다고 결론 내렸다.
자하위 의장의 세금 미납 의혹은 최근 영국 언론들에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자하위 의장은 자신이 설립에 참여한 여론조사기업 유고브와 관련된 수백만 달러의 세금을 미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이 사실을 수낵 총리에게 알리지 않고 당 의장직을 맡아왔다. 자하위 의장은 세금을 적게 내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단지 신고 과정이 부주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가디언>은 자하위 의장이 세금 관련 의혹을 해명하고 사과하는데 실패했다고 평했다.
수낵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내각에 ‘모든 수준에서 청렴하고, 전문적이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공직자 윤리를 강조해왔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어기고 총리 관저에서 열린 술 파티에 참석했다는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큰 비난을 받고 결국 물러나게 된 점을 의식했다. 수낵 총리가 자하위 의장 해임이라는 강수를 둔 이유에는 인플레이션으로 공공부문을 포함한 노동자 대규모 파업이 발생하는 등 민심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많다.
자하위 의장은 지난해 7월 당시 재무부 장관이었던 수낵이 존슨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며 장관직을 내던지자, 존슨 전 총리가 재무부 장관 후임으로 임명한 인물이다. 그는 리즈 트러스 사임 뒤 열린 보수당 대표 경선 때 수낵을 지지했고, 당 대표에 올라 총리가 된 수낵은 자하위를 보수당 의장에 임명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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