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연방군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 탱크의 모습. AP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중무장 전차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생산 능력과 재고의 한계에 발목이 잡혀 있다.
나토 유럽 회원국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전차인 레오파르트 탱크를 생산하는 독일 군수업체 라인메탈의 최고경영자(CEO) 아르민 파페르게르는 15일 독일 신문 <빌트>에 “우리 레오파르트 탱크를 키이우에 보내는 결정을 내일 내린다 해도, 인도는 내년초가 되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병 전투차량인 마르더 장갑차가 100대 있지만 마르더도 7∼8개월 동안 수리를 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이달 초 마르더 장갑차 40대를 우크라이나에 보낸다고 밝혔지만, 중무장 전차인 레오파르트 탱크를 보내달라는 요청에는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독일이 중무장 전차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유는 생산능력과 재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라인메탈은 현재 독일연방군의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 탱크 22대 및 구형인 레오파르트1 탱크 88대를 재고로 갖고 있다. 파페르게르는 레오파르트 탱크의 전투 준비를 완료하려면 몇달이 걸리고 수억유로(수천억원)가 들기 때문에, 주문이 확인돼야만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장인 발레리 잘루즈니는 지난 12월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에 러시아군을 격퇴하려면 탱크 약 300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중무장 전차 지원을 확전을 우려해 그동안 꺼렸으나, 영국과 폴란드 그리고 프랑스 등이 최근 잇따라 지원을 표명했다. 하지만 제공 양은 우크라이나가 요청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프랑스가 ‘AMX-10 RC’ 장갑차를 제공할 방침이나, 대수는 상징적인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영국군 주력 전차인 챌린저2 탱크 14대를 지원할 방침이다.
독일 이외 유럽 나토 회원국들이 보유한 레오파르트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방법도 있다. 생산국인 독일은 타국 보유 레오파르트 탱크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충분한 양을 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레오파르트 전차는 유럽 전역에서 약 2000대가 운용 중이나, 유럽 각국 단위로는 200대 정도씩을 보유하고 있다. 폴란드는 지난 11일 레오파르트2 탱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지원 대수는 1개 중대가 무장할 수 있는 14대 정도라고 폴란드 언론들이 전했다. 레오파르트2 탱크 249대를 보유한 폴란드도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것은 적지 않은 출혈이다. 레오파르트2 전차를 약 200대 보유한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은 레오파르트 탱크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가 있으나, 지원량은 한정적일 것이라고 못 박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