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대피소에서 라디오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바흐무트/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아 자국 군인 63명이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러시아가 수십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인정한 것은 드문 일로, 우크라이나는 실제 피해는 발표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31일 러시아군이 주둔한 동부 도네츠크주의 거점을 공격해 군인 63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이날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미사일 6발을 발사했고 이 가운데 2발을 격추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설명했다.
공격이 발생한 곳은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의 직업학교 건물로, 러시아군은 이곳을 임시 숙소로 사용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최근 몇 달 동안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휘청거렸던 러시아에 이번 공격은 새로운 좌절을 전해줬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러시아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가 벌인 개별 공격에 대해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즉시 공개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는 사상자 수치를 거의 발표하지 않는 데다가 발표하더라도 실제 피해 규모보다 낮게 말한다”고 짚었다.
러시아가 이 공격의 피해를 실제보다 줄여 발표했다 해도 개전 이후 러시아가 인정한 단일 공격으로 인한 피해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비비시>(BBC)는 이에 대해 공격의 피해가 “아주 치명적이어서 러시아 입장에서 침묵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키이우카 지역을 촬영한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온 점도 공식 발표를 이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영상은 부서진 건물 잔해와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등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공격으로 숨진 러시아군이 400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31일 도네츠크주 마키이우카 지역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러시아군 약 400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피해 규모 역시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수 있다.
대규모 인명 피해가 확인되면서 러시아 내부에선 강한 내부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족주의 성향의 군사 블로거들은 러시아가 군인들이 머무르는 건물에 탄약을 함께 보관해 인명 피해가 컸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친러시아군 사령관을 지낸 이고르 기르킨은 사상자가 수백명에 달한다며 “탄약이 현장에 보관돼 있었고 군대 장비들도 위장되지 않았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러시아 군사 블로거 아르한겔 스피츠나츠 역시 “한 건물에 많은 인원을 배치하면 사상자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은 바보도 할 수 있다”고 날을 세웠다.
러시아 정치권 역시 격렬하게 반응했다. 외교차관을 지낸 러시아 상원의원 그리고리 카라신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복수를 요구하는 한편 “정확한 내부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미로노프 전 상원의장도 러시아 군대에 적절한 수준의 보안을 제공하지 않은 모든 고위 당국자들에게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공격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는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그는 전쟁 과정에서의 오류와 약점을 바로잡겠다고 여러 번 말했고, 새해 전날 연설에서도 전사자 가족들에게 ‘고통을 진심으로 공유한다’고 말했었다”고 평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새해부터 서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1일 러시아의 이란제 샤헤드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공격 등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연말연시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적어도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의 전력 등 사회기반시설을 집중해 공격하고 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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