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크라니아 전쟁 장기화 속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간 군사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지만, 미국 쪽은 중·러 공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31일 <로이터>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회담에서 “서방의 전례없는 압박과 도발에 맞서 러·중 양국이 잘 대응해 온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의 목표는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쪽의 직접적인 군사 지원을 기대한다는 뜻을 읽힌다.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도 초청했다. 그는 “우리는 당신이 내년 봄에 모스크바를 국빈 방문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직접 만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전세계에 러시아와 중국 간 연대의 공고함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변란으로 뒤엉킨 복잡한 국제 정세에 직면해 중국과 러시아는 시종일관 협력의 초심을 고수하고, 전략적 집중력을 유지하고,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서로의 핵심 이익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상호 지지를 확대하고, 외부 세력의 간섭과 파괴에 저항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통신> 등은 전했다.
특히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외교적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방안을 거절한 적이 없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높이 평가한다”며 “평화 협상의 길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평화의 비전은 항상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계속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할 것이며,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우크라이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 건설적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중국은 기존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미국 등 서방이 주도하는 대러시아 제재 동참을 거부해왔다. 동시에 서방의 대중국 제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연루되는 것도 피해왔다. ‘복잡한 국제 정세’를 앞세워 사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시 주석의 발언은 ‘군사적 협력 강화’를 원하는 푸틴 대통령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미국 쪽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중·러 간 군사협력 가능성을 즉각 경계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명의로 성명을 내어 “미국과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거나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후과를 경고해왔다”며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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