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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러시아도 우크라도 “협상“…평화조건 먼 간극에 공회전만

등록 2022-12-27 15:06수정 2022-12-28 07:35

26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진지를 향해 카이사르(세자르) 자주포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26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진지를 향해 카이사르(세자르) 자주포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도네츠크/AP 연합뉴스
결국 해를 넘기게 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쪽 모두 “평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협상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양쪽이 생각하는 ‘평화의 조건’이 너무 달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공회전만 거듭하는 모습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26일 <에이피>(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두달 안에 ‘평화 정상회의’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 쿨레바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정상회의를 원한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정상회의의 중재자를 맡아 모든 국가가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두달 뒤인 2월 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딱 1년이 되는 때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공개한 화상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러시아군의 철수, 핵 안전 등 10개의 평화 공식을 제안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지난 25일 국영 방송인 <로시야 1>과의 인터뷰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에 대해 관계국들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의미 있는 외교 협상이 시작되지 못하는 것은 양쪽이 내건 ‘평화의 조건’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는 협상 테이블에 앉는 조건으로 영토 보전뿐 아니라 △전쟁 피해 배상 △전쟁 범죄자 처벌 △재발 방지 약속 등을 내걸고 있다. 쿨레바 외교장관은 <에이피> 인터뷰에도 평화 정상회의를 제안하면서 “우리가 러시아와 직접 이야기하기 전에 러시아는 전범 재판소를 마주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오랜 역사를 들먹이며 이 전쟁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입장에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러시아는 또 자신들이 10월 초 병합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4개 주에서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 전쟁의 도화선이 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에 대한 입장 역시 크게 다르다. 서로가 주장하는 ‘평화의 조건’과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이 너무 달라 당장 구체적인 외교 협상이 시작될 상황이 아니다. 쿨레바 장관의 제안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26일 “러시아는 우리 자신과 우리의 상식을 따를 뿐, 결코 다른 이들의 조건을 따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러시아 관영 <리아 노보스티>가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중재자로 나서줄 것을 요청한 유엔은 모든 당사자가 원해야만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26일 키이우에서 <에이피>(AP)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26일 키이우에서 <에이피>(AP)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키이우/AP 연합뉴스
그럼에도 두 나라가 모두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것은 국제사회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21일 미국을 방문해 추가 군사지원을 얻어낸 젤렌스키 대통령은 내년부터 하원 다수당이 되는 공화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라도 대화에 열린 자세를 보여야 한다. 러시아 역시 우호국인 중국과 인도의 눈치를 봐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1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전보장회의 부의장과 베이징에서 만나 “관계 각 방면이 이성과 억제를 유지하기 희망하며 전면적인 대화를 통해 정치적으로 안전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조만간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 나선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역시 지난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에서 만난 푸틴 대통령에게 “지금은 전쟁의 시대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런 가운데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종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 말했지만, 성탄절 전날인 24일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을 공격했다. 이 공격으로 10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군도 26일 러시아 내륙 깊숙이 위치한 사라토프주 엔겔스 공군기지를 지난 5일에 이어 재차 공격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2일 “전쟁을 둘러싸고 외교가 활발해지고 있지만, 대화나 협상보단 양쪽이 전장에서 입장을 강화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며 “대화 시점은 명확하지 않고, 빨라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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