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경제사회이사회가 14일(현지시각) 이란의 여성지위위원회 위원국 자격 박탈을 논의하고 있다. 유엔본부/AFP 연합뉴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14일(현지시각) 경찰의 히잡 착용 단속 과정에서 20대 여성이 의문사한 뒤 확산되고 있는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있는 이란을 산하 여성지위위원회(CSW)에서 퇴출시켰다.
경제사회이사회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회의에서 미국이 제안한 이란 퇴출 결의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29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8개국은 반대했으며 16개국은 기권했다. 이날 통과된 결의안은 올해 4년 임기의 위원국으로 선출된 이란의 위원국 지위를 즉각 박탈하는 내용이다. 45개국으로 구성된 여성지위위원회는 매년 3월 정기적으로 모여 성 평등과 여성의 지위 향상 방안을 논의하고, 필요한 경우 경제사회이사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는 조직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이란 언론인이자 여성 운동가인 마시 알리네자드는 이란 퇴출 결정 이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차별 국가에 맞서 싸우면서 총과 탄환에 직면한 이란 혁명가들의 승리”라고 축하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표결 뒤 “이번 결정은 이란 여성들에게 아주 중요한 것”이라며 “이란 정부가 여성지위위원회 자리를 계속 지키면서 자국에서는 여성들을 공격하는 걸 두고 보지 않는다는 유엔의 강력한 메시지를 이란 여성들에게 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표결에 앞서 지난 9월16일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를 거론하며 이란 축출에 찬성할 것을 위원국들에게 호소한 바 있다.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는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은 이란 여성의 권리 신장을 지연시킬 것이라며 여성지위위원회에는 위원국으로 선출된 나라를 퇴출시킬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결의안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위원국 퇴출 결정은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 비정부기구인 ‘국제 위기 그룹’의 유엔 담당관 리처드 고원은 이란 퇴출에 찬성한 몇몇 나라들도 사적으로는 배제의 선례가 만들어지는 데 우려를 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국가들은 위원국 자격 정지 같은 좀더 부드러운 대응을 선호했으나, 미국이 다른 나라들의 동참을 효과적으로 강제했다”고 지적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16일 아미니의 사망 이후 몇개월째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 8일과 11일 시위에 참가했던 20대 남성 두 명에 대한 사형을 잇따라 집행하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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