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이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한 가상자산 거래소 에프티엑스(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검찰이 13일(현지시각) 가상자산 업계 전반에 큰 충격을 주며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세계적인 가상자산 거래소 에프티엑스(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를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이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될 경우, 그는 최대 징역 115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이날 뱅크먼프리드에 대한 공소장을 공개하면서 이 사건을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급 사기 사건”으로 규정했다. 뱅크먼프리드에게는 형법상 사기와 인터넷 뱅킹을 이용한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제공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데이미언 윌리엄스 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뱅크먼프리드가 “고객들의 돈을 훔쳐서” 유용하고 불법적으로 정치권에 선거 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그는 “이번 기소는 우리의 첫 기소일뿐 마지막 기소가 아니다”며 추가 조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에프티엑스의 다른 경영진도 기소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을 거부했다.
이날 공개된 공소장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 5월 이 거래소를 설립할 때부터 에프티엑스의 고객들과 투자자들을 속일 계획을 꾸민 뒤 고객들의 돈을 자사의 비용으로 지출하고 빚을 갚는 데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또 자신이 별도로 만든 가상자산 투자 회사 ‘알라메다 리서치’의 투자 자금도 이 거래소 고객들의 돈을 빼돌려 마련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그가 알라메다 리서치에 직접 자금을 제공한 이들도 속였고 이 투자 회사의 상태에 대해서도 속였다고 주장했다.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많은 돈을 기부했으며, 공화당에도 적지 않은 돈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그에 대해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위원회는 그가 고객들로부터 모은 돈이 모두 18억달러(약 2조336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이날 그와 에프티엑스, 알라메다 리서치에 대해 디지털 자산 사기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전날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에서 체포됐으며 이날 현지 법원에 출석했다. 현지 법원은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구에 대해 심의할 예정이다. 뱅크먼프리드의 변호사는 그가 보석을 신청했다며 “그는 법무팀과 함께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모든 법적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바하마 법원은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
올해 30살인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 에프티엑스를 창업해 2년 만에 세계 3대 가상자산 거래소로 키우면서 가상자산 업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그의 재산은 한때 265억달러(약 34조4천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에프티엑스가 자체 발행한 코인인 에프티티(FTT)의 가격 폭락 여파로 자금 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했고, 이는 고객들의 대규모 자금 인출을 촉발하면서 회사 상황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지난달 5~7일 사흘 동안 이 거래소에서 고객들이 빼내 간 자금만 최대 60억달러(약 7조8천억원)에 달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이 회사의 최대 경쟁자인 바이낸스가 8일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가 하룻만에 지원 계획을 철회하자 에프티엑스는 11일 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파산 보호 신청 이후 이 회사의 회계 부정 혐의가 잇따라 제기됐고, 사태는 결국 미국 검찰 수사로 번졌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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