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12일(현지시각)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가고 있는 북한에 대한 기습 독자제재를 단행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는 방송을 보고 있는 시민들. 서울/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12일(현지시각)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기습적인 독자 제재를 단행했다.
유럽연합은 이날 관보를 통해 외교이사회가 탄도미사일 개발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인사 8명과 기관 2곳, 유조선 2척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제재 대상 기관은 북한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로케트공업부, 이 기관 산하의 로은산무역회사, 북한에 석유 제품을 수송한 유조선 유니카호와 뉴콘크호다. 개인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조선광업개발무역(KOMID) 소속 김광연·길종훈, 노동당 산하 군수공업부 소속 김수일, 노동당 산하 연봉무역총회사 소속 박광훈·김호규, 제2자연과학원(현 국방과학원) 소속 또는 이 기관 관계자들인 정영남·편광철·오영호가 제재 명단에 들어갔다.
유럽연합은 북한의 로케트공업부가 전화 사기(보이스피싱) 관련 프로그램 판매를 통해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했다는 정보를 유엔 전문가 패널이 확보했다며, 이 기관 관계자들이 고체연료 로켓 개발에 필요한 알루미늄 가루 등을 확보하는 데 관여했다는 정보도 여러 유엔 회원국들로부터 입수했다고 제재 배경을 설명했다. 로은산무역회사는 중국 기업들과 대규모 합작 기업을 설립하는 데 참여했고, 북한이 유럽에서 장비들을 조달하는 업무를 관리하고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 송출에도 관여했다는 이유로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유럽연합은 또 조선광업개발무역 소속으로 아프리카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광연이 북한의 핵 관련 미사일 등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왔다고 제재 이유를 설명했다.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수일은 북한산 무연탄과 티타늄 수출에 관여함으로써 북한의 외화벌이에 관여했다고 관보는 명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활동하는 오영호는 제2자연과학원과 직접 접촉하면서 미사일 개발에 관여했다고 유럽연합은 설명했다.
유럽연합의 대북 독자제재 단행은 지난 4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유럽연합의 대북 독자 제재명단에 포함된 개인은 73명, 기관은 총 17곳으로 늘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유럽연합이 제재 대상으로 분류한 개인은 모두 80명, 기관은 75개다.
유럽연합은 사전 예고 없는 기습적인 독자 제재의 배경으로 북한이 최근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무력 도발을 이어간 점을 꼽았다. 관보는 “북한이 지난 1월5일부터 11월18일까지 다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해 적어도 63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면서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8명의 개인과 (2척의 유조선을 포함한) 4개 기관을 제재 명단에 추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북한 제재는 이날 관보에 게재됨에 따라 즉시 효력을 발휘하게 되며,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은 대상자들에 대한 자산 동결과 입국 금지 조처 등 후속 조처를 취하게 된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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