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량마차오 거리의 식당과 카페가 대부분 문을 닫았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5일 오전 외국 대사관이 몰려 있는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량마차오 거리. 2주 전 내려진 재택근무 권고령 때문인지, 거리를 오가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식당 역시 대부분 문을 열지 않았고, 그나마 영업을 하는 곳도 포장과 배달만 가능했다. 이 근처 건물에서 일하는 한 중국인(30)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건물 관리사무소가 수용 인원의 30%만 출근을 허용하고 있다”며 “꼭 출근해야 할 경우 회사에 미리 연락해서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벌써 3주째 재택근무를 하는 중”이라며 “당분간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은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중국 주요 도시들이 방역 완화 조처를 속속 내놓고 있다고 전하고 있지만, 실생활에서 느껴지는 변화는 크지 않은 편이다. 방역 완화 조처가 아직 제한된 수준에서 이뤄지고, 주민도 조심스럽게 행동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나마 실생활에서 느껴지는 큰 변화는 피시아르(PCR) 검사 면제다. 베이징시는 최근, 5일부터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판별하는 피시아르 검사 결과를 제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발표했다. 상하이·선전·청두·톈진·다롄 등 최소 10개 도시도 이날부터 베이징과 같은 내용의 조처를 취했다. 상하이와 선전 등은 실외 공원에 입장할 때도 피시아르 검사 결과를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럼에도 베이징의 지하철 이용 인원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보다 훨씬 적었다. 이날 아침 8시50분 왕징동 지하철역은 출근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이 많지 않았다. 이 역은 근처에 대규모 사무실이 많아 평소라면 출퇴근 시간에 발 디딜 틈 없이 붐빈다. 하지만 이날은 하차 인원을 눈으로 셀 수 있을 정도였다. 역 앞 파리바게뜨 매장의 한 점원은 “지난주보다 손님이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매우 적다”며 “평상시의 10분의 1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몰린 곳은 코로나19 검사소 정도였다. 당국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슈퍼·상점·택시를 이용하려면 여전히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 음성 증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여전히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셈이다.
4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한 거리에 주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전날인 4일 오전 풍경도 비슷했다. 베이징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왕푸징 거리엔 휴일임에도 오가는 사람이 적었다. 식당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의류 매장과 서점 등이 문을 열긴 했지만 평소보다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는 모습이었다.
상하이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30대 초반 교민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상하이시가 5일부터 대중교통과 실외 공공장소 이용 때 피시아르 검사를 확인하지 않는 등 방역 조처를 완화했지만, 피부에 와닿는 변화는 아직 없다”며 “상하이는 하루 확진자 500명대로, 아직 분위기가 엄중하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3년 동안 강력한 봉쇄 정책을 폈고 시민들은 이런 통제에 익숙해져 있었다. 지난달 중순 스자좡 등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당국의 봉쇄 완화 조처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부했다. 확진자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등 분명한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중국 시민들의 조심스러운 태도가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전세계 외신을 떠들썩하게 했던 ‘백지 시위’ 흐름 역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중국 방역당국 발표를 보면, 4일 기준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9427명이었다. 지난달 27일 4만52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2일 만에 2만명대로 내려온 모습이다. 이날 베이징의 확진자 수는 3752명, 상하이는 565명이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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