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공격이 집중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바흐무트에서 4일(현지시각) 한 노인이 폭격으로 무너진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바흐무트/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의 전력난이 겨울철로 접어들면서도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는 가운데 전쟁이 몇개월 동안 소강 상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정보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4일(현지시각) 전국의 전력 시설이 몇주 동안 공격을 당한 여파로 여전히 8개주의 507개 지역에 전력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예브헨 예닌 내무부 차관은 이날 현지 방송에 나와 “적군의 핵심 기반 시설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북동부) 하르키우주가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현재 112개 지역이 정전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부 도네츠크주와 남부 헤르손주에서도 전력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지역이 각각 90곳에 이르며, 동부의 루한스크주, 중남부의 자포리자주와 미콜라이우주도 전력이 끊긴 지역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 때문에 미콜라이우주의 비탈리 킴 주지사를 포함한 많은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주민들에게 초겨울을 맞아 점차 악화되고 있는 상황과 주기적인 순환 정전에 대비할 것을 촉구했다. 통신은 많은 지역의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가운데 수백만명이 전기는 물론 난방까지 끊긴 채 고통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전력회사인 디테크는 지난주말 현재 전체 전력망의 거의 절반 정도가 여전히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달 초부터 거의 매주 한 번꼴로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간시설을 공격해왔다. 최근에는 대규모 공습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군이 언제 또다시 대규모 공격을 할지 두려워하고 있다고 <아에프페>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도네츠크주 중북부 점령에, 우크라이나군은 남부 헤르손주에서 드니프로강 건너 남쪽으로 진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도 도네츠크주 중북부의 요지인 바흐무트 주변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군 작전참모는 이날 바흐무트 인근의 베레스토베, 솔레다르 등지에서 러시아군의 공세를 저지했다고 밝혔고, 러시아 국방부는 루한스크주 북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국방부는 전날 전황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조만간 바흐무트 포위 작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방부는 바흐무트 점령은 군사 전략적으로는 큰 가치가 없지만 러시아로서는 상징적인 성과가 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정보기관에서는 겨울철의 소강 상태가 몇달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정보기관들을 관리·감독하는 에이브릴 헤인즈 국가정보장은 이날 캘리포니아 시미밸리에서 열린 ‘레이건 국가 방위 포럼’에 참석해 “전투 속도가 이미 줄고 있는 걸 확인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달 동안 이런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헤인즈 국가정보장은 겨울철 동안 두나라 군대가 군 장비 수리, 재공급에 집중하면서 봄철 반격을 준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러시아군이 이를 잘 준비할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고 있으며, 이 기간이 우크라이나에 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은 올 겨울에도 강하게 공세를 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올 겨울보다는 내년 봄이 최적의 반격 시기가 될 것이라는 미국 정보 당국의 평가는 오판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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