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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서역길 1만5천㎞’ 중-유럽 열차, 한해 컨테이너 146만개 나른다

등록 2022-11-24 09:19수정 2022-11-24 21:34

16일 중국 장쑤성 우시시 서역에서 세탁기 3천대를 실은 화물열차가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 우시/최현준 특파원
16일 중국 장쑤성 우시시 서역에서 세탁기 3천대를 실은 화물열차가 모스크바를 향해 출발하고 있다. 우시/최현준 특파원

지난 16일 오전 중국 장쑤성 우시시 서역, 짙은 녹색의 육중한 기관차 1량이 각각 1개씩의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 29량을 이끌고 서서히 출발했다. 열차는 근처 쉬저우시를 지나, 네이멍구 자치구와 시베리아를 내리 달려 9500㎞ 떨어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도착할 예정이다. 평균 시속 100㎞로 꼬박 25일을 달려야 한다. 열차에 실린 것은 우시에 본사를 둔 가전기업 샤오톈어(리틀스완)의 세탁기 3천대다. 가성비를 갖춘 제품이 러시아에서 잘 팔리면서 샤오톈어는 이 노선을 정기 이용한다.

“해로 운송보다 빠르고 항공운송보다 값싸”

컨테이너 한대당 운송비는 약 6천달러, 세탁기 한대당 60달러꼴이다. 샤린페이 우시국제화물운송열차유한공사 총경리는 “우시에서 모스크바까지 해로를 이용할 경우, (항구에서 모스크바를 이을) 육로 운송까지 필요해 철로보다 운송비가 더 든다”며 “철로 운송은 해로 운송보다 빠르고, 항공 운송보다는 싼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우시/최현준 특파원
우시/최현준 특파원

중국 동남부 창장(양쯔강) 하류에 위치한 우시에 중국과 유럽을 잇는 화물열차가 생긴 건 올해 8월이다. 해로와 항공 운송이 전부였던 우시는 물류 다양화 차원에서 철로 운송을 시작했다. 가전제품 외에 의류 소재, 자동차 부품, 타이어 등을 모스크바와 중앙아시아 등으로 실어 나른다. 현재 주 2회 열차가 출발한다. 다음달부터는 주 3~4회, 연간 200회 정도까지 늘릴 예정이다. 목적지도 현재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3곳이지만 앞으로 독일·폴란드·네덜란드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샤 총경리는 “우시의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현재 연간 5천TEU(TEU·표준 컨테이너 크기를 뜻하는 단위) 수준이지만 앞으로 4배 이상 늘려 연간 2만TEU를 달성할 것”이라며 “우시 전체 수출의 2~3%를 책임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우시 근처에 한국 기업들이 꽤 있지만 아직 이 화물열차를 이용하진 않는다고 했다.

2021년 1만5천편, 146만TEU 운송…유럽 24개국 연결

중국에서 유럽과 중앙아시아로 향하는 화물열차는 2011년 운행을 시작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외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 정책과 중국의 낙후한 서부 지역을 물류기지로 개발하자는 ‘서부 대개발’ 정책이 맞물린 결과였다. 과거 대상들이 낙타를 타고 서역으로 향했다면, 이제 컨테이너를 실은 철마가 중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거쳐 중국산 제품을 유럽으로 실어 나르고 있는 셈이다. 철도는 가까이는 카자흐스탄과 모스크바, 멀게는 영국 런던과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최대 1만5천㎞ 안팎을 연결한다.

시작 당시 1년에 17편에 불과했던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지난해 1만5천편, 146만TEU가 운송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편수는 22%, TEU로는 29% 증가한 규모다. 화물열차는 중국의 약 30개 도시에서 출발하며, 82개 운송 경로를 따라 유럽 24개국 200개 도시를 연결한다. 가전, 의류, 자동차, 액세서리, 곡물, 목재 등 53개 영역 5만여개 품목에 이른다. 중국~유럽 화물열차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쓰촨성 충칭, 후베이성 우한, 산시성 시안 등 중국 중서부 지역 도시들을 중심으로 시작해, 제조 공장이 몰려 있는 중국 남동부로 확대됐다. 푸젠성 샤먼과 광둥성 선전, 저장성 이우, 장쑤성 난징 등이 철로를 개설했다. 중국 동쪽 해안지대에 위치한 우시는 가장 최근 참여한 지역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해상 운임이 급등하고, 운행 자체가 불안정해지면서 철로 운송 수요가 늘었다. 중국 정부가 철로 운송을 장려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중국~유럽 화물열차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미국의 전면적인 포위에 맞서 유럽 챙기기에 나선 중국 입장에서는 철로를 활용한 유럽과의 교역 확대가 경제적 가치를 넘어선 전략적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한국 LG전자 이용…일본 더 적극 활용

한국 기업들도 아직 활발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 화물열차를 이용하고 있다. 엘지(LG)전자가 대표적이다. 엘지전자는 2020년 9월 한국에서 산둥성 칭다오항으로 디스플레이 부품을 들여와 산시성 시안으로 보냈다. 여기서 물품을 중국~유럽 화물열차에 태워 동유럽 폴란드로 운송했다. 한국~칭다오~시안~폴란드까지 약 10일에 걸친 여정이었다. 엘지의 엘이디(LED) 디스플레이와 원부자재 등은 폴란드의 엘지전자 공장에서 가공돼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현지에서 판매됐다. 또 완제품 일부가 다시 화물열차를 타고 중국으로 되돌아와 중국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엘지전자는 현재도 중국~유럽 화물열차를 종종 이용한다. 운송비와 운송 시간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성우하이텍도 지난해 중국 충칭 공장에 보유 중인 재고를 유럽으로 보내는 데 이 화물열차를 이용했다. 성우하이텍은 애초 현대차 충칭 공장에서 생산 예정인 신규 차종에 쓰이는 부품을 한국에서 수입해 보관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가 해당 차종의 생산을 취소하며 부품은 재고 신세가 됐다. 그러나 곧 현대차 체코 공장이 이 차종 생산을 결정하자 이 재고를 중국~유럽 화물열차를 이용해 체코로 수출했다. 이외에도 볼보차가 쓰촨성 청두 공장에서 생산한 차를, 에이치피(HP)·에이수스(ASUS) 등도 충칭에서 생산한 노트북 등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데 이 화물열차를 활용한다. 박은균 코트라 우한무역관 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코로나 사태로 해상운임이 비싸지면서 철로 운송이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며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정책의 하나로 철로 운송을 권장하는 측면도 철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중국~유럽 화물열차를 더 활발히 이용한다. 2019년부터 유럽에 보낼 수출품을 창장 항구로 보낸 뒤 화물열차에 태워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다. 일본에서 선박을 활용해 유럽으로 보내면 45일 정도 걸리는데, 일본~중국·유럽 경로를 ‘선박+철로’로 이용하면 시간이 절반으로 단축된다. 지난해 기준 일본~우한~유럽 간 컨테이너 물량은 2천TEU로 알려졌다.

우시(장쑤성)/글·사진 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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