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도로 표지판. 뉴욕/AP 연합뉴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고위 경영진들의 여성혐오 발언과 조직의 성차별 문화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약 160억원이라는 거액을 지불했다.
15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년 전 골드만삭스는 고위 임원의 여성혐오 발언 등에 대한 비밀을 지키는 조건으로, 퇴사하는 ‘파트너’에게 1200만달러(약 160억원) 이상을 지급하는 합의를 했다. 파트너는 골드만삭스 내 고위직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합의는 월가에서 이뤄졌던 비밀 유지 계약 관련 지급금 중 가장 큰 규모일 것으로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이 파트너는 남성을 우대하고 여성을 차별하면서 임금을 적게 주는 골드만삭스의 지도부의 문화를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최고경영자(CEO)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8년 10월 취임한 데이비드 솔로몬 최고경영자는 남성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성관계에 대해 공공연히 이야기해, 자리에 있던 이들이 “최고경영자와 너무 어울리지 않는 발언이라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합의 대상이 되는 문제는 대부분 2018년과 2019년에 발생했다. 이는 솔로몬 최고경영자가 여성 파트너를 대거 기용하면서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블룸버그>는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성차별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8월에는 골드만삭스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하며 전무이사(Managing Director) 자리에까지 올랐던 제이미 피오리 히긴스가 회사의 성차별 문화를 폭로하는 회고록을 발간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이 출산 후 수유실로 향할 때 남성 동료들이 소의 울음소리를 내며 조롱하거나, 자신의 책상에 장난감 소를 올려뒀다고 증언했다. 또 “친구에게 ‘성폭행할 만한’ 여성 애널리스트의 목록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남성 동료가 근처에 있었다”고 적었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의 파트너 정도로 높은 자리에 오른 여성들이 자신의 불쾌한 경험을 퍼뜨리는 것은 드문 일”이라며 “여성이 동료들 앞에서 직장 내 평등이 느리게 나아간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배신으로 여겨진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블룸버그>의 거액 합의 보도에 대해 “데이비드(최고경영자)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가 여성을 존중하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블룸버그>의 보도 사실에는 오류가 있다”고 답했다.
조해영 기자
hy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