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5일(현지시각) 시린 아부 아클레의 얼굴이 그려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벽화 앞을 한 여성이 걸어가고 있다. 가자/AP 연합뉴스
올해 5월 발생한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기자가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진 사건을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립하고 있다. 미국이 이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서자, 이스라엘은 미국의 행동이 ‘심각한 실수’라며 날을 세웠다.
14일(현지시각)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5월 발생한 <알자지라> 소속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기자 시린 아부 아클레의 사망 사건을 자체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통신은 “미국 법무부는 조사가 언제 시작될지 같은 구체적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행동에 대한 미국의 조사는 드문 조치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부 아클레 기자는 동예루살렘 출신의 팔레스타인계 미국인으로 5월11일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수색 작전을 취재하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 당시 현장 목격자들은 기자가 이스라엘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증언했고, 이를 부인하던 이스라엘도 9월 자신들의 총에 맞았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유엔 등도 조사를 통해 이스라엘군이 기자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스라엘은 고의가 아니었으며 “기자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이스라엘이 진실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미국의 사건 조사를 요구해 왔다. 영국 <가디언>은 유족들이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군의 범죄를 지우기 위해 몰래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한 끝에 미국의 조사 결정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미국이 자체 조사 계획을 밝히면서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베니 간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4일 미국의 조사를 “심각한 실수”라고 비난했다. 그는 “어떠한 외부의 조사에도 협력하지 않겠다”며 “이스라엘의 내부 사정에 대한 간섭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건 조사를 둘러싼 양국 갈등이 정치 상황과 맞물려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은 이달 초 총선에서 우파 연합이 승리를 거두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전 총리가 재집권하게 됐다. 우파 연합에는 극단적 유대주의를 내세운 극우파도 포함돼 있다. <에이피>는 “이스라엘이 역대 가장 우파적인 정부를 준비하고 있고 미국에선 진보적인 민주당원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노선을 요구해 왔다”며 “조사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략적인 동맹을 흔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도 “노골적인 협력 실패가 미국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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