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대통령실에서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하는 이란 축구 대표팀과 환담하고 있다. EA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히잡 반대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이란 고위 당국자들에 대한 여행 금지와 자금 동결 등의 제재를 확대했다.
14일 유럽연합 외교이사회는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된 이란 당국자 29명과 관련 기관 3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성명에서 “우리는 이란 국민들과 함께 서서 평화적으로 항의하고 그들의 요구와 견해를 자유롭게 말할 권리를 지지한다”며 “유럽연합은 시위대에 대한 이란 정부의 폭력 진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7일 유럽연합은 이란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한 데 관여한 이란 종교경찰 수장, 인터넷 차단에 책임이 있는 정보통신부 장관 등 이란 당국자 11명과 정부 기관 4곳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테헤란에서 종교 경찰에게 체포돼 의문사한 사건 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14일 발표된 추가 제재 대상자 29명에는 아흐마드 바히디 이란 내무장관도 포함됐다. 제재 명단에 오른 기관 3곳 중엔 이란 국영 방송 <프레스 티브이>(PRESS TV)도 포함됐다. 이 방송은 구금된 이들의 강제 자백을 방송했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이 됐다.
추가 제재 대상자들은 두 달째 이어지는 시위를 대규모 구금과 사형 선고 등으로 무차별 탄압한 것과 관련있는 이란의 치안기관 법집행부대(LEF), 혁명수비대(IRGC)의 고위 인사들이다.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닌 영국도 이날 이사 자레푸르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을 포함한 이란 정부 관계자 24명의 영국 내 자산동결 및 여행 금지 조처를 취한다고 밝혔다. 제임스 클레버리 외무장관은 “이번 제재는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이란 정부 관료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국제사회 파트너들과 함께 이란 정부에 폭력적 시위 진압을 중단하고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냈다”라고 말했다.
한편, 유럽연합 외교이사회는 이날 러시아에 군사용 드론을 제공하는 데 관여한 인물 2명과 기관 2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은 두달 째 이어진 이란 내 반정부 시위로 지난 12일 기준 미성년자 43명을 포함한 326명이 숨지고 1만4000명이 체포됐다고 집계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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