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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일반

31도까지 치솟은 지중해…문어 잡고 싶은데 그물엔 꽃게만

등록 2022-11-14 13:30수정 2022-11-14 14:40

1982년 이후 ‘최악 수온’…포식자 꽃게 급증
지난 여름 폭염에 3대륙 갇힌 지형적 특성도
지중해 서부 해역의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튀니지 앞바다에 널리 퍼지고 있는 꽃게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고 있다. 스팍스/로이터 연합뉴스
지중해 서부 해역의 수온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튀니지 앞바다에 널리 퍼지고 있는 꽃게가 그물에 걸려 올라오고 있다. 스팍스/로이터 연합뉴스

지중해 서부 해역이 전세계 바다 가운데 가장 심한 기후 변화 영향을 받으면서 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 생태계 파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파괴적인 포식자인 꽃게가 널리 퍼지고 다른 물고기들은 줄어 아프리카 어민들의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3일(현지시각) 유럽우주국의 위성들이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측정한 지중해 서부 해역의 수온이 1985~2005년의 평균치보다 2~5℃ 높았다며 일부 지역에서는 수온이 최고 31℃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지중해 연안 지역은 지난 여름 극심한 폭염에 시달렸으며, 바닷물 이상 고온 현상도 70일 이상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난 9월에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해안에서 해면동물, 불가사리, 물고기, 연체동물 집단 폐사도 이어졌다.

‘스페인 해양과학 연구소’의 해양 생태학자 조아킹 가라보 선임연구원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서쪽 해역의 수온이 1982년 기록을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0년 사이 발생한 급격한 수온 상승 사례의 절반이 2015년 이후에 발생했다며 “거의 매년 적어도 일부 해역에서 급격한 수온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가라보 선임연구원은 지중해 서부 해역은 수심이 상대적으로 얕은 데다가 분지형 해역이 많아 수온 상승이 특히 심하다며 “250㎢의 상대적으로 좁은 이 지역 바다가 기후 변화의 영향을 가장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해역은 유럽 남부, 중동, 아프리카 북부 등 대륙으로 3면이 둘러싸인 곳이어서, 뜨거워진 바닷물이 다른 바다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수온이 전세계 평균보다 20% 가량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바닷물이 뜨거워지면서 수온이 높은 곳에서 서식하는 꽃게가 급격하게 늘면서 생태계 균형이 깨져 어민들도 울상이다. 아프리카 튀니지 앞바다에서 10년 이상 물고기를 잡아온 아메드 첼리는 “그전에는 물고기와 문어가 그물 가득 잡혔으나, 요즘은 그물을 찢어놓는 꽃게만 보인다”고 말했다.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의 튀니지 현지 환경 자문역인 함디 하체드는 “꽃게 같은 갑각류가 튀니지 해안에서 20㎞ 떨어진 해역에서 물고기들을 마구 잡아먹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물고기를 잡는 어민들에게는 저주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지중해 프로그램 책임자 마우로 란도네도 “수온 상승 여파는 많은 지역 사회가 소규모 어업에 종사하는 북아프리카에 특히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중해의 수산업 규모는 연간 34억달러(약 4조4800억원) 정도이며, 7만6천 척의 어선이 앤초비(멸치의 일종), 참다랑어, 노랑촉수(조기의 일종) 등을 주로 잡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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