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핵심 도시 헤르손을 되찾기 위한 진격 작전이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헤르손 인근 전선에서 자주포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헤르손주/EPA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인 헤르손시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10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군이 이 도시 중심에서 15㎞ 떨어진 곳까지 진격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이 이 도시에서 모두 철수하는 데까지는 일주일 가량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자국군이 지난 1일 이후 남부 헤르손주 전선에서 36.5㎞를 진격해 41개 마을을 되찾았으며 이 가운데 10일 하루 동안 수복한 마을만 12곳이라고 밝혔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영 텔레비전 방송은 헤르손시에서 약 55㎞ 북동쪽에 있는 스니후리우카 마을에서 주민들의 환영을 받는 우크라이나군의 모습을 방영했다.
헤르손주 북부의 요충으로 꼽히는 이 마을을 되찾았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뒤에는 군인들이 헤르손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15㎞ 떨어진 클라파야 마을에 진입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우크라이나군 제28 기계화 연대 소속 군인들이 클라파야 마을에 들어가 자국 국기를 흔드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우크라이나군은 헤르손시 북동쪽에서 드니프로강을 따라 내려오는 한편으로 헤르손시 북서쪽에서도 도시 진입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이 진격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헤르손시에서 러시아군이 완전히 철수하는 데까지 일주일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헤르손에 러시아 군인이 4만명 가량 있고, 하루나 이틀 사이에 이 정도 규모의 군인이 모두 철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레즈니코우 장관은 러시아군의 헤르손 철수 이후 주요 전쟁터는 인근의 자포리자주로 옮겨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겨울이 오고 있어서 군사 작전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며 전투가 소강 상태로 접어드는 동안 군 조직을 재정비하는 한편 군인들에게 휴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철수에 앞서 헤르손시 곳곳에 지뢰를 매설해 이 도시가 ‘죽음의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하일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러시아군이 이 도시 곳곳에 지뢰를 매설했다며 드니프로강 남쪽으로 철수한 뒤 포격으로 지뢰를 폭발시켜 도시를 폐허화할 것을 우려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이 도시에서 지난 6월 탈출한 주민인 아르가디 도브첸코도 이 통신에 “러시아 군인들이 도시 안으로 많은 장비를 들여왔으며 곳곳에 촘촘하게 지뢰를 매설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국적으로 17만㎢에 이르는 지역에서 지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헤르손시를 되찾은 뒤에 이 도시의 지뢰 제거를 서두를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남부군의 나탈리아 후메니우크 대변인은 이날 방송에 나와 헤르손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항 세력이 지뢰가 설치된 사회 기반시설에 대한 정보를 조심스럽게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르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 인구가 30만명에 가깝던 대도시다. 지난 3월 초 이 도시를 점령한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군의 공세가 강화되자 도시 주민 상당수를 드니프로강 남쪽으로 철수시켰다. 이 때문에 도시 중심부에는 인적이 거의 끊겼고, 전기, 수도, 난방, 인터넷 통신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지방 정부 관계자들이 전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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